MODERN CLASSIC

조은정 기자 | 2014.08.13 10:40

편집자주 | 이탈리아 페루자 지역을 대표하는 수트 브랜드 사르토리아 레미의 테일러 안토니오 참피가 한국을 찾았다. 그에게 이탈리아 비스포크 수트의 전통과 현재에 관해 물었다.


L'officiel Hommes(이하 LH) 당신이 만드는 비스포크 수트의 특별함을 단적으로 정의한다면?
Antonio Ciampi(이하 AC) 수트의 경량감이다. 계절에 따라 원단은 다르지만 가벼운 부자재를 사용한다. 내가 만든 수트를 입었을 때 피트가 슬림하게 살면서도 매우 편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LH 좋은 수트가 갖춰야 할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C 신체 중 근육이 가장 두껍고 큰 부분인 어깨에 재킷이 얹히므로 어깨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건축물에 골조가 있듯이 수트에도 기반이 있다. 많은 남자들이 수트를 맞출 때 어깨의 너비, 진동선의 주름 등 작은 디테일에 집착한다. 하지만 테일러는 큰 산을 보아야 한다.
LH 1960년 이래 계속 수트를 만들어왔는데, 그간 수트 메이킹에서 변화한 것이 있다면?
AC 우선 과거에 비해 원단이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원단을 손으로 직조했기에 셔츠나 수트의 무게가 50~100g 더 나갔다. 기계로 원단을 직조하는 요즘은 180~200g 가벼워졌다. 예전엔 수트의 심지로 쓰이는 캔버스 소재도 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무거웠다. 100년 전 빈티지 의상을 보면 셔츠의 무게가 지금의 재킷 무게와 거의 비슷하다. 비스포크 수트도 패션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엔 클래식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패션의 트렌드에 맞게 재킷의 길이가 짧아지고 슬림해졌다. 패션 트렌드가 돌고 도는 것처럼 재킷도 길이나 너비가 짧아졌다 길어졌다, 슬림해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한다.
LH 지금까지 당신의 수트를 입은 남자 중 가장 멋진 남자는 누구인가?
AC 단연코 화려함의 대명사인 라포 엘칸이다. 그는 원단을 고르는 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 체크,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장 잘 소화하는 남자다.
LH 직업, 체형,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남자는 어떤 수트를 어떻게 입어야 한다고 보는가?
AC 자신의 TPO에 맞게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맨에게는 블루 컬러의 클래식한 수트가 적당하다.
LH 보수적인 비즈니스맨과 아티스트에게는 각각 어떤 수트를 권하고 싶은가?
AC 수트는 ‘갖춰’ 입는 옷이다. 그 사람이 가진 태도나 말투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수트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비즈니스맨에게는 클래식한 다크 그레이나 블루 컬러 수트를, 아티스트에게는 체크나 스트라이프 같은 화려한 패턴의 수트를 추천한다.
LH 수트는 체형의 결점을 커버해 더 멋지게 보이도록 해주는 역할도 한다. 키가 작고 뚱뚱한 남자는 어떤 수트를 입는 것이 좋은가?
AC 수트의 패턴으로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 간격이 큰 체크보다는 좁은 체크, 넓은 스트라이프보다는 좁은 세로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으면 한결 날씬해 보인다. 어두운 색상에 재킷의 길이가 짧고 투 버튼인 것이 적당하다.
LH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수트를 입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AC 색감 대비로 다양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셔츠와 구두, 포켓 스퀘어를 활용하라.

LH 이탈리아 수트의 우아함과 세련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AC 수트의 근간인 영국 수트가 딱딱한 구조를, 미국 수트가 실용성을 강조하는 데 반해 이탈리아 수트는 화려하고 슬림한 피트, 우아한 멋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영국 수트의 골조와 미국 수트의 편안함을 믹스한 이탈리아 수트는 기능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섹시한 수트다. 또한 컬러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고유의 시각과 문화가 음악이나 건축, 의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듯 수트에서도 그러한 특징은 더욱 도드라지고 강렬하게 드러난다.
LH 수트를 입을 때 화려한 컬러나 패턴의 조합, 액세서리를 즐기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매우 절제된 룩을 선호하는 남자도 있다. 당신은 어떤 스타일을 권하고 싶은가?
AC 화려한 컬러와 액세서리를 매치하면 과해 보일 수 있다. 기본적인 실루엣의 수트에 화이트 셔츠를 매치하면 액세서리가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절제된 룩을 즐기는 남자에게는 베이지 재킷과 화이트 팬츠의 조합처럼 캐주얼하면서 시크한 룩도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LH 당신은 주로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가?
AC 오늘 입은 것과 같은 모던 클래식 스타일이다. 서스펜더와 니트 타이를 활용하고, 맨발에 로퍼를 매치해 모던함을 살렸다. 과거에 즐겼던 보타이나 서스펜더는 요즘 잘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 아이템이 아닌 패션 아이템이 됐다. 또한 예전에는 수트의 라펠이 넓어 바르카 포켓을 가린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라펠을 얇게 디자인해 포켓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모던 클래식을 만드는 요소다.
LH 한국 남자들이 수트를 고르고 입는 방법을 어떻게 보는가?
AC 한국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패셔너블한 것 같다. 생각해보라. 한국 남자들이 양말을 벗고 맨발에 로퍼를 즐긴 건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LH 한 남자가 가장 중요한 단 한 벌의 수트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이 적당하다고 보는가?
AC 원 플리츠, 투 버튼 혹은 스리 버튼의 네이비 컬러 수트! 투 플리츠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해 요즘은 원 플리츠를 지향한다. 하지만 리넨 같은 캐주얼한 원단의 경우에는 일부러 투 플리츠 디테일을 살려 포멀함을 더하기도 한다. 이처럼 클래식 안에서도 다양한 디테일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비스포크 수트의 장점이다.




사진 KIM JAE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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