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페이 씨는 백화점에서 원피스를 살 때도, 커피전문점에서 음료수를 주문할 때도 따로 지갑을 꺼내는 법이 없다. 스마트폰 속의 알리페이 월렛이 모든 결제를 해결해준다. 그녀는 음료수를 마시며 알리페이 알림창을 확인하다가 '지난주 6.2%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6개월 전 개설한 '위어바오'(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투자상품) 펀드앱에서 보내온 메시지다. 화이페이씨는 중국 일반은행 예금이자보다 2배 높은 수익률을 볼 때마다 즐겁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지갑(디지털 월렛)'이 삶을 바꾸고 있다. 현금 예치와 신용카드 저장은 기본이고 저축상품 추천, 대출.펀드 가입 같은 금융 서비스도 단번에 해결되는 간편함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선보인 전자결제시스템 '알리페이'는 회사 설립 10년만인 지난해 전 세계 사용자수 8억2000명을 확보했다. 지난 1년간 알리페이의 총 결제액은 3조8729억위안(한화 약 650조원). 하루 평균 106억위안(약 1조8000억원)이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되고 있다.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지갑의 원조인 미국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의 '페이팔'은 현재 1억4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180조원에 달한다.
◇결제부터 송금, 재테크까지…일상 점령한 전자지갑=2000년대 초만해도 전자지갑은 온라인 상거래 구매자와 판매자 중간에서 결제대금을 임시로 보관했다가 거래가 완료되는 동시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단순 제3자 결제 플랫폼' 서비스에 그쳤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자결제 서비스 영역이 급속히 확대됐다. 근거리 무선통신시스템(NFC)을 휴대전화에 탑재한 신용카드 기능은 물론 현금 예치와 송금, 재테크까지 가능해지며 일상생활에서 실제 지갑이 필요 없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유학중인 중국인 우샤오윤(26)씨는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물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거나 길거리에서 과일을 살 때도 알리페이를 쓸 수 있다"며 "주머니에서 동전 소리가 나거나 두꺼운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 사이에선 결혼식 축의금도 알리페이로 준다"며 "예치금을 투자해 이자까지 붙여주니 이용자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페이의 파급력은 한국에서도 확인됐다. 롯데면세점이 2012년말 알리페이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인터넷 중국어 면세점을 열었는데 1년만에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인터넷 구매를 할 때 이 중 75∼80%는 알리페이로 결제한다.
한국에서는 해외직구족을 중심으로 페이팔 이용자가 급증세다. 직장인 황유진(29)씨는 지난해 말 페이팔에 가입한 후 수시로 페이팔을 쓴다. '이베이'와 '아마존'은 물론 미국의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릭 한 두 번이면 결제가 끝나 카드를 쓰지 않는다. 다수 해외쇼핑몰에 흩어져 있는 적립금을 페이팔 계좌로 한데 모아 쓸 수도 있다.
국내에선 해외직구족들을 중심으로 페이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황유진(29)씨는 지난해말 페이팔에 가입한 이후 수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베이'와 '아마존'은 물론 미국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자, 마스터 등 해외에서 사용가능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지만 클릭 한두번만에 결제가 끝나는 페이팔의 간편함이 좋았다. 다수 해외쇼핑몰에 흩어져 있는 적립금을 페이팔 계좌로 한데 모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알리페이와 페이팔이 세계 결제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은 시장 흐름을 잘 읽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페이가 중국에서 성공한 핵심은 '저신용' 사회에서도 안전한 결제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실제 알리페이가 등장 이전 만해도 중국은 전사상거래의 불모지였다. 물품을 발송하고도 대금을 못 받거나, 대금을 지급하고도 물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 등장은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송금 서비스도 사람들을 움직였다. 은행 자동입출금기 앞에서 줄을 서고 기다리다 새치기 시비가 붙는 일이 아예 없어졌다. 지난 2월 춘절 연휴에는 휴대폰을 통해 2억위안(370억원)이 송금됐다.
한국과 달리 제도적 규제도 없었던 것도 알리페이와 페이팔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은 자산운용사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금융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알리페이는 은행 정기예금의 2배에 달하는 7% 이자를 내걸고 올초 8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집했다. 올 상반기 현재는 사용자수가 1억명으로 늘었다. 보안· 결제 사고에 대비한 보험료 징수가 자유로운 것도 알리페이 급성장의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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