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가치판단의 문제, 절대반지는 없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증권부 부장 | 2014.08.01 08:47

[MT서재]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부장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씁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짜투리 독서가 주는 여유와 거기서 나오는 힘을 아니까요. 여러분도 함께 읽고, 자유로운 글쓰기에 도전해보시겠습니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신작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경제학에 절대반지와 같은 절대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현상은 어떤 방법론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경제학은 결코 과학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도덕적, 정치적 가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가 이런 생각으로 일종의 경제학 입문서인 이 책을 저술한 목표는 분명하다. 경제학의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방법론으로 경제학의 기본적인 주제들, 논점들을 정리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기본적인 경제 현상들을 설명하면서 여러 경제적 방법론들을 공평하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고전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개발주의와 제도학파에 치우쳐 경제적 현상들을 설명한다는 점은 책을 어떻게 읽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고전주의적 방법이란 자유시장을 옹호하면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개발주의와 제도학파는 정부와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발주의는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을 경우 경제 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나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도학파는 신고전주의에서 중시하는 개인이 사회, 즉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점에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 입문서로 아마도 서구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신고전주의 관점의 '맨큐의 경제학'과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신고전주의에서는 경제적 주체를 개인으로 본다. 기업도 개인들의 집합이란 점에서 의사결정을 개인 차원과 동일시한다. 반면 장 교수의 책은 경제의 진짜 주인공은 조직이라고 보며 근거로 공산품 국제 무역의 30∼50%가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는 점을 든다. 세계 곳곳에 사업체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각 사업체간 내부 거래가 무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개인과 다르다는 점,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가 중요한 경제주체라는 점도 강조하며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장 교수는 이런 관점으로 생산과 소득, 경제 성장과 경제 발전, 금융, 불평등과 빈곤, 일과 실업, 정부의 역할, 국제 무역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런 기본적인 경제적 개념들은 모두 장 교수의 경제적 의견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던 내용과 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의견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 역시 여러 가지 경제적 이론들 중의 일부를 취해 기본적인 경제 개념들을 설명한다는 점, 즉 이 책 역시 경제학을 해석하는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 책 역시 비판적 독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책보다 장 교수의 전작들이 읽기가 더 편하고 참신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해 읽으면 신선도와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일까. 다만 신문에 나오는 여러 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한 가지 관점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입문서다. '맨큐의 경제학'을 함께 읽는다면 더더욱 바람직하겠지만. ('맨큐의 경제학'은 압도적인 두께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읽기에 딱딱한 책은 아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496쪽, 1만6800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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