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호남 땅에 새누리당의 깃발을 꽂았다.
'7·30 재보선' 순천·곡성에서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고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호남에서만 4번째 출마 끝에 첫 당선이다.
이 당선인이 깨뜨린 것은 비단 공고했던 '영·호남 지역주의' 뿐이 아니다. 순천과 곡성의 오랜 '소지역주의'마저 넘어섰다. 서 후보의 고향인 순천의 인구는 27만명으로, 이 당선인이 난 곡성 3만명의 9배에 달한다.
그러나 "2년만 일 시켜보고 맘에 안 들면 바꿔라"는 이 당선인의 호소가 순천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새정치연합의 무리한 전략공천에 대한 실망감도 서 후보로부터 등을 돌리게 했다.
"순천·곡성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 이 당선인은 당선되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호남 예산 지원 전초기지'를 상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개발에 목마른 주민들은 박 대통령 최측근의 약속을 단순한 '허언'으로 넘기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특히 '순천만 정원 국가정원화', '순천 의대 유치' 등 굵직한 공약을 내세워 순천·곡성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암 투병 중인 이 당선인의 부인까지 직접 순천으로 가 남편을 도우며 '감성'에 호소했다. 이 당선인의 부인은 편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 직접 유세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 대선 전부터 박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최근까지도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다. 이 당선인 만큼 박 대통령의 생각과 취향을 잘 아는 이도 드물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어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어떤 고속도로 휴게소를 좋아하는지 조차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에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18대 국회에 비례대표 마지막 순번인 22번으로 원내 입성한 이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의원실(545호) 맞은편 방을 신청했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바로 아래층(445호) 방을 택했다.
이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그의 직설적인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1985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이던 이 당선인은 구용상 당시 민정당 의원에게 6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정치 좀 똑바로 하시라"고. 대학생의 기개를 높이 산 구 의원은 이 당선인을 불러 자신의 비서로 채용했다.
'곡성 출신' 이정현은 그렇게 '단기필마'로 '영남 정당'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30년 뒤. 이젠 '왕의 남자' 이정현이 '호남 지역구'를 품고 국회로 돌아간다.
△1958년 9월 1일 전남 곡성 출생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전)대통령 비서실 홍보수석 △(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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