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젠 대학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시기다

대학경제 권현수 기자 | 2014.07.30 10:03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자생력을 가진 대학이 창조경제의 흐름을 이해한다"

이젠 대학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지난해 청년(15세~29세)고용률이 40% 아래로 떨어진 39.7%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10%선을 돌파해 10.9%를 기록했다. 혹자는 30대의 고용률은 73%로 안정적인 구조로 우리나라 청년의 낮은 고용률은 과도한 대학진학 문제로 인하여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애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OECD의 평균 청년고용률이 50%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청년실업률을 기우로 넘기기는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용률 70%의 달성은 결국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에 달려있다는 공통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취업 후진학의 활성화와 같은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창업의 활성화이다. 그러나 사회전반적인 인식은 청년창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 같다. 필자가 속한 대학 내 많은 교수들도 1990년대 후반 벤처버블을 언급하며, “창업실패에 대한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 학생들을 창업으로 내몰아 또 다시 신용불량자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OECD(2011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창업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30.3%로 최하위이며, ‘13년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백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92%가 창업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이후 2년 뒤 기업의 생존률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판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청년창업 활성화가 중장기적으로는 청년들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전통적으로 정부는 기존 기업의 혁신을 통한 성장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구했다. 그러나 기업 내 대부분의 혁신은 노동력과 같은 투입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점이 맞춰져 있어,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고 비숙련 노동자의 필요성을 감소시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옥스퍼드대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와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20년 후 미국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소멸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국 기존기업의 성장지원 패러다임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 정책은 우수한 창업기업의 육성으로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주체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보유한 청년들일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도 청년창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청년창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11년 시작된 창업선도대학사업, ’12년 산학협력선도대학의 창업교육센터사업은 대학의 창업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경우 두 사업을 연계해 양질의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준비된 창업인재에게 사업화자금을 지원하여 31개 학생창업기업을 배출했으며, 이를 통해 7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성과를 창출했다. 필자는 대학에서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이 보다 높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에 대해 애기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창업교육을 강화해 창업가정신을 높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의 창업교육은 창업을 위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창업을 위해서 요구되는 역량인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키우는 교육을 의미한다. 주요 선진국은 창업교육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 사회 전반의 기업가정신을 확산하여 창업인재를 육성 중이다. 미국에서는 18개 주정부가 창업교육지원법률을 제정하고 있으며, 대다수 EU국가들은 중ㆍ고교에서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 스위스, 네델란드와 같이 고용률이 높은 나라의 경우 창업잠재력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국민 개개인의 관점에서도 100세 시대를 맞이해 퇴직(평균퇴직연령: 53세) 이후 25년~30년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창업”(소규모 자본으로 본인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창업)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인생에 있어 선택이 언젠가 한번은 해야 하는 창업을 위해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창업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대학 중심의 창업교육이 초/중/고까지 확산된다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둘째, 창업실패에 대한 안전망차원으로 기업이 창업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창업의 메카로 부상되는 핀란드를 방문했다. 놀라운 점은 한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이 우수한 인재들의 벤처창업으로 이어져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고, 부러운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창업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창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는 점이었다. 취업 적절연령이 존재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20대가 부담해야 하는 창업도전의 기회비용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창업실패에 대한 안전망으로 재도전 기회의 제공으로 정책의 주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이는 실효성이 낮다. 대신 기업이 청년들의 창업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한다면, 즉 실패의 경험을 기업이 사 준다면 청년들은 과감히 창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창업실패 후 기업에 취업하여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10인의 스토리가 책자로 발간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셋째, 청년창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은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과 산학협력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본교에서는 ‘청년창업플래닛’을 통해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배창업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수행하고 선배창업기업가가 창업동아리의 멘토가 되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창업연계형 캡스톤디자인을 통해 창업아이디어의 시제품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본교에서는 지금까지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한 재정운영의 틀에서 벗어나,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우수학생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설정해 기술지주회사를 통한 학생창업기업에 투자를 진행중에 있다. 본교는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매년 5개 이상의 학생창업기업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넷째,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재정지원사업에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과 관련된 지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을 통해 창업휴학제, 창업대체학점인정제와 같은 창업친화적 학사제도가 대학에 구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ACE사업, 대학특성화 사업과 중기청의 창업선도대학 사업에 창업교육과 관련된 지표의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당장 개선이 필요한 것은 대학 취업률 지표의 개선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핵심지표가 취업률인데, 창업자를 취업자로 인정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 취업률에 절박한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창업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창업기업의 경우 평균 2명의 고용을 창출함에도 불구하고 창업자의 취업자 인정기준이 높아 고용을 창출한 창업자가 미취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시제품제작이 주 활동이라 매출발생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창직의 관점에서 창업자의 취업자 인정기준으로 매출기준을 낮추고 고용을 창출한 경우는 취업자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째,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기술기반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신규 사업자의 대부분은 고용인 없이 고용주 1인의 형태로 영세하며, 개인사업자의 약 90%는 서비스업으로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미하다. 창조경제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 기술적 창조성이 핵심이라고 볼 때 기회추구형 창업 즉, 기술기반의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창업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창직보다는 구직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공계 교육의 패러다임을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으로 혁신하고 이공계 대학의 우수한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산업기술대학교는 총장님 주도하에 대학의 패러다임을 기존기업의 인력공급이라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 지식, 공간, 장비, 인력을 활용하여 대학 스스로 우수한 기업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꿈을 꾸고 있다. ‘창조경제의 창조대학’을 모토로 본교는 한국형 창업교육 및 창업지원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서강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 마치고 현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 2013년 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 수립 실무위원과 창업유공자 교육부장관상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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