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은 '정보 민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 의견을 내고, 확산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겨난 것이니까요."
'한상기의 소셜미디어 특강'을 펴낸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소셜미디어가 한쪽에서는 과대평가 되고, 한쪽에서는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하고 그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전형적인 공학도다. 삼성종합기술원,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대표 및 일본 법인장 등 기업인 생활을 거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전문교수까지 역임했다. 2010년 소셜컴퓨팅연구소를 개설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소셜미디어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소셜미디어 특강'이라는 교과서적인 제목의 저서를 출간한 데는 학자적 고심에서다. 한 대표는 "출판사와 계약은 2년 전이었지만 소셜미디어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부족했다"며 "그간 연구들이 축적됐고, 소셜미디어를 객관적으로 조망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쌓여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소셜미디어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은 2010년경.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상륙과 함께 국내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와 관련된 서적들도 서점가를 장악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나온 서적 대부분이 피상적인 접근에 머물러 소셜미디어의 근본적인 의미와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집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로의 사명이 다르듯 이런 책도 나와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 1부와 2부에서는 소셜미디어의 개념과 주요 소셜미디어의 역사와 흥망을 훑었다. 비전문가도 손쉽게 넘겨볼 수 있다. 3부는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여러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4부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진화 방향을 조망했다. 한 대표는 "프라이버시 문제나 집단적 사고의 편향성과 같은 소셜 미디어 경계론에 대해 짚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중동에서 벌어진 시민혁명 중 이집트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반면 튀니지에서는 알자지라와 같은 방송의 영향력이 컸다. 이를 뭉뚱그려 '소셜 미디어 혁명'이라고 지칭하면서 소셜미디어가 구세주가 될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소셜미디어가 정보 민주화를 끌어내는 원동력이고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건강한 사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정작용이 작동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또 한 대표는 "한 개인의 작은 행동이나 발언이 불씨가 되어 사회적으로 퍼지기 위해서는 다른 이용자들은 모두 메말라 있어야 한다"며 "더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바라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빠르고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녕하십니까?'와 같은 대자보나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SNS 활동이 소셜미디어로 퍼져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이외수 작가나 조국 교수와 같은 소위 '빅마우스'로 불리는 인물의 SNS 활동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대표가 책을 집필하는데 최대 방해꾼은 '페이스북'이었다. 그는 "한 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려 글을 쓰는 데 방해가 많이 됐다"며 "인터넷도 되지 않는 외진 곳에서 책만 쓰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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