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여학생들 마지막 눈빛 잊을 수 없다" 눈물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 2014.07.28 16:48

수원지법 안산지원서 단원고 학생·일반인 생존자 증인신문 열려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4.07.28
/뉴스1
"바다로 뛰어내리지 못하고 두 손을 떨던 여학생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세월호 사고 생존자 최모씨는 사고 후 남은 후유증을 고백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 휠체어를 타고 출석한 최씨는 이번 사고로 여전히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화물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12~14차례 배를 타던 그에게 세월호 침몰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고였다. 사고 당시 매점에 있던 그는 배가 기울면서 온수통을 뒤집어 쓰는 바람에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살갗이 모두 벗겨져 1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든 건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여학생들 마지막 눈빛이었다.

최씨는 "온수통을 뒤집어 쓴 상황에서도 처음에는 뜨거운 줄도 몰랐다"며 "정신이 없었고 냉장고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 사이에 낀 여학생도 봤다"고 고개를 떨궜다.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침묵했던 그는 "제가 승무원 박지영씨(사망)한테 이 배에서 가장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사람은 선장이니까 조타실에 무전을 쳐보라고 했는데 상대편에서 응답이 없는 것 같았다"며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고 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고 입을 열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벗어준 뒤 맨 몸으로 바다에 뛰어내려 구조된 그는 해경에게 부탁해 구명보트와 함께 다시 배로 향했다.

최씨는 "제가 보트를 끌고 갔을 때 여학생 3명이 같이 있었고 남학생 2명이 기둥에 매달려 있었다"며 "남학생은 뛰어내렸는데 여학생들은 높이나 환경 등 여러가지로 무서워서 뛰어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재판장은 "증인이 굉장히 큰 육체적 고통을 받고 계신걸로 아는데 빨리 쾌유하시길 빌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재판부는 27~28일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일반인 생존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학생들이 미성년자인데다 생존자들이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재판은 안산에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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