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해외로 내몰리는 제조업체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14.08.05 06:45

[기획/탄소배출권거래제 문제와 해법](중)시행시 재계 추산 3년간 8조5000억원 소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철강업계는 2015~2017년 동안 최대 1조7000억원의 매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동국제강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앞두고 재계와 정부가 주장하는 추가 부담비용 차이가 8배에 달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과태료 상한선을 대폭 낮추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비용부담 기준에 대해 환경부와 재계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며 논의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추가 부담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제조업체들은 탄소배출 규제가 없는 해외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일 움직임 역시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국내 시설 가동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고용창출 저하 및 내수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탄소배출 추가 부담비용 1.1조vs8.5조
환경부는 최근 탄소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 적용 대상업체 전체 탄소가스 배출허용 총량을 16억5000만톤으로 정했다. 적용 대상은 발전, 철강, 폐기물, 항공 등 23개 업종이다.

환경부는 기업들의 추가 탄소배출 부담 금액이 최소 1조1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배출허용치를 넘어서는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EU기준인 지난 6월 탄소 배출권 1톤당 가격인 8600원을 대입한 경우다.

반면 재계에서는 내년 초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3년 동안 최대 8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수치는 모든 국내 제조업체가 배출권 추가 확보에 실패해 1톤당 3만원(상한선)의 과태료를 납부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추가 부담금 발생액 8조5000억원은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600대기업의 시설투자금액(97조4000억원)의 8.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경연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시장 설계의 핵심을 이루는 배출 총량 설정 및 배출전망치(BAU)가 정책적 판단에 의존해 2010년 실제 배출량의 경우 정부예측치보다 10% 이상 상회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현실적 산정기준으로 인해 철강산업의 경우 거래제 시행 초기 3년 동안 최대 1조7000억원, 시멘트산업은 최대 1300억원 가량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권 걱정 없는 해외로" 제조업 엑소더스 우려
환경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도 당장은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계 추산 추가 부담비용은 설비개선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가정 하에 이뤄진 계산이다"며 "2015~2017년에는 적정 배출권 총량을 무상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재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제재 없는 해외시설 가동률을 높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른바 '탄소 도피처'를 찾는 셈. 2012년 기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율은 중국(28.6%), 미국(15.1%), 인도(5.7%), 러시아(5.1%), 일본(3.8%) 순이다. 이 중 중국, 미국, 일본은 일부 자치단체별로만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규제가 없는 해외 지역에 갖춘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종이 달라 국내 생산을 전면 중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탄소 배출 규제가 심해질 경우 국내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선박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비용부담이 없는 해외 조선소에 적합한 선종에 보다 중점을 두고 수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내시설 가동률 저하시 내수 침체 우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탄소 집약적 산업 비중이 큰 지역경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경연은 거래제 시행시 2020년 강원권 GRDP(지역내총생산)가 4.83%, 전라권 2.65%, 수도권 1.16%씩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감소 효과 역시 필연적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당장 거래제가 시행되는 내년부터 강원권 8.9%, 전라권 3.45%, 충청권 2.71%, 수도권 2.44% 규모의 고용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경제적 역기능 및 지역 특성에 따른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제도도입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예상되는 문제들을 대처할만한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에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까지 제도 도입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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