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증액은 한국 증시의 '요술방망이'?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 2014.07.28 06:00

배당 증액 효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

/표=임종철 디자이너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현재 수준에서 2배 오를 경우 코스피 지수는 20~30% 정도는 더 오를 수 있다.”(노무라증권)

최근 정부가 기업의 과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벌칙성의 과세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발표하자, 증권가는 마치 배당이 한국 증시를 살릴 ‘요술방망이’인양 쌍수를 들고 환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배당이 주주들의 순소득 증가를 가져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규모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현대증권)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모든 게 동일한 두 기업 A와 B 가운데, A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배당을 2배 늘리면 A기업의 주가는 마술처럼 20~30% 오르고 A기업의 주주는 배당만큼 순소득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재무학에선 '배당은 무관' 증명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재무학에선 그야말로 ‘난센스’에 가깝다. 이미 50여 년 전에 배당정책이 기업의 가치나 주주의 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증권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MM의 배당 무관련 이론은 모든 게 동일한 상태에서 기업이 배당을 인위적으로 늘린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거나 주주의 순소득이 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배당소득 증가는 자본이득 감소와 정확히 상쇄되어 주주입장에선 순소득에 하등의 변동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왼쪽 주머니의 돈(자본이득)을 오른쪽 주머니(배당소득)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MM의 배당 무관련 이론은 원래 세금이 없다는 가정 하에 도출됐지만 한국의 경우처럼 배당소득 세율이 자본이득 세율보다 높은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배당소득 세율이 높을 경우 세금 납부 후 주주에게 남은 최종소득이 배당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왼쪽 주머니 돈(자본이득)을 오른쪽 주머니(배당소득)로 옮기는 게 불리해 진다.(현재 한국은 자본이득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고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15.4%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결국 한국과 같이 배당소득 세율이 자본이득 세율보다 높을 경우엔 배당을 늘이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주주의 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리고 증권가의 주장엔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고(高)배당을 선호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지만 재무학은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배당을 선호한다는 배당의 고객효과가 존재함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각자 원하는 배당 수준을 갖고 있으며 만약 A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고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새로 유입되지만 반대로 이를 싫어하는 투자자는 탈퇴하게 된다. 따라서 균형상태에서는 기업이 배당정책을 변경하더라도 배당의 고객효과 때문에 기업가치나 주주의 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구글이나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 전무

낮은 배당 때문에 한국 증시가 상승하지 못하고 저평가되고 있다는 일부 증권가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인 구글이나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수년간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그 누구도 이들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시스템 기업인 시스코 시스템즈나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도 겨우 2010년과 2012년 들어서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마이크로 소프트도 배당을 시작한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환원하기 보단 내부에 유보하고 재투자하기 바쁘다. 그래서 이들 성장주의 배당수익률은 대체로 낮다.

오히려 이들 성장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배당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 부정적인 신호가 된다. 왜냐하면 앞으론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시스코 시스템즈, 애플 모두 배당 시작을 발표했을때 시장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미래 영업실적 개선 선행되야

기업의 배당 증액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려면 반드시 기업의 미래 영업 현금흐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미래 영업실적의 향상이 선행되지 않는 배당 증액은 단지 기업의 자산을 청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만약 기업이 과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배당을 늘이게 되면 이는 미래 영업 현금흐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기에 이에 따른 배당 증액이 기업가치나 주주의 부에 미치는 영향은 기껏해야 제로이거나 마이너스 효과를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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