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세율 높은데 배당 늘이면 오히려 주주富 감소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 2014.07.29 06:30

[마켓리뷰]배당 증액 효과에 대한 오해

/표=임종철 디자이너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이 현재 수준에서 2배 오를 경우 코스피 지수는 20~30% 정도는 더 오를 수 있다.”(노무라증권)

최근 정부가 기업의 과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벌칙성의 과세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발표하자, 증권가는 마치 배당이 한국 증시를 살릴 ‘요술방망이’인양 일제히 환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배당이 주주들의 순소득 증가를 가져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규모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현대증권)

이러한 주장이 맞다면, 삼성전자가 배당을 2배로 늘리면 현재 135.5만원인 삼성전자 주가가 20~30% 상승할 것이며, 삼성전자 주주는 늘어나는 배당만큼 순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모든 게 동일한 두 기업 A와 B를 가정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A가 배당을 2배로 늘리면 A의 주가는 마술처럼 오르고 A의 주주는 배당만큼 순소득 증가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재무학에선 그야말로 ‘난센스’에 가깝다. 이미 50여 년 전에 배당정책이 기업의 가치(value)나 주주의 부(wealth)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Miller and Modigliani, 1961)

증권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MM의 배당 무관련이론(MM’s dividend irrelevance theory)은 모든 게 동일한 상태에서 기업이 배당을 인위적으로 늘린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거나 주주의 순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배당을 가령 1000원 만큼 늘리면 주가는 정확히 1000원 만큼 떨어져 주주입장에선 순소득에 하등의 변동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증가는 자본이득 감소와 정확히 상쇄되고 만다. 즉 왼쪽 주머니의 돈(자본이득)을 오른쪽 주머니(배당소득)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현재 현금배당의 경우 배당락(ex-dividend) 당일 인위적인 가격조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금배당을 하면 주가가 동일한 금액만큼 하락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금배당은 기업의 자산이 유출된 것이기 때문에 배당을 2배 늘리면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그만큼 더 하락하는 게 맞다.


MM의 배당 무관련이론은 원래 세금이 없다는 가정 하에 도출됐다.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동일해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배당소득 세율과 자본이득 세율이 다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처럼 배당소득 세율이 자본이득 세율보다 높은 경우엔 왼쪽 주머니 돈(자본이득)을 오른쪽 주머니(배당소득)로 옮기는 게 불리해진다. 왜냐하면 배당소득 세율이 높을 경우 세금 납부 후 주주에게 남는 최종소득이 배당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현재 한국은 자본이득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고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15.4%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결국 한국과 같이 배당소득 세율이 자본이득 세율보다 높을 경우엔 배당을 늘이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주주의 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배당소득 세율을 과감히 낮추거나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를 개시하지 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배당을 늘린다면 주주의 부는 더욱 줄어들 뿐이다.

한편, 증권가의 주장엔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고(高)배당을 선호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러나 재무학은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배당을 선호하고 있다는 배당의 고객효과(dividend clientele effect)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퇴직 후 연금과 이자소득 외엔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층은 고배당을 선호하는 반면, 이미 최고 누진세율을 납부하는 고소득층은 배당 보단 자본이득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각자 원하는 배당 수준을 갖고 있으며 만약 A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고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새로 유입되지만 반대로 고배당을 싫어하는 투자자는 탈퇴하게 된다. 따라서 균형상태(equilibrium)에서는 기업이 배당정책을 변경하더라도 배당의 고객효과 때문에 기업가치나 주주의 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재무학에선 미래 영업 현금흐름의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인위적인 배당 증액은 기업가치나 주주의 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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