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변사체 못믿어!" 국과수 '불신사태' 누구탓?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4.07.28 05:45

[기자수첩] "초동수사 실패" 과학적 근거도 못믿으면…

"저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을 원천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감정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중략) 오늘 브리핑을 통해 국민적 의혹 해소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 사회통합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브리핑 서두치곤 비장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국과수 대강당. 온 국민과 취재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국과수는 이례적으로 원장뿐 아니라 담당 과장과 센터장, 교수들까지 브리핑 주자로 내세워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순간, 국과수는 전력을 다해 감정 결과를 전했다. 슬라이드 수십 장에 DNA·독극물·현장증거물에 대한 분석결과를 원데이터 그대로 싣고 도표로도 정리했다. 치열과 머리뼈 등을 비롯해 발견 당시 시신 사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한 점 의혹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보였다.

한 시간여간의 자세한 브리핑. 하지만 남은 건 '사인 판명불가'라는 결론뿐이었다. 어려운 전문용어가 끊임없이 등장한 가운데 현장 취재진들이 기다렸던 한마디는 13분 만에 나왔다. "…결국 최선을 다했지만 사인을 밝히기 어려웠습니다." 속보가 쏟아졌다. 이후 결론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다양한 분석기사가 나왔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국민은 결론만 기억했다.

그 결과 의혹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증폭됐다. '마지막 보루'라 믿었던 국과수마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과수 발표도 조작됐다는 출처 불명의 음모론은 SNS상에서 거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실 '믿지 못할 이유'는 도처에 있다. 유병언 별장 인근에서 백발노인 시체를 발견하고도 의심치 않아 현장을 40일 방치한 점, '백골화'됐는데 지문은 채취된 점, '와시바' 신발과 안경, 지팡이 등 현장 유류품에 대한 경찰의 정정발표 촌극은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사체를 세월호 사건 전에 목격했다는 주민들 증언이 나오면서 경찰은 거짓말쟁이로 잠정 인증받은 꼴이 됐다. 이 마당에 국과수가 '과학'을 들이댄들 먹힐 리가 없었다.

국과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초 검경이 초동수사를 실패하고 1차부검을 일반병원에 의뢰해 신원확인이 지연되고 사인을 파악할 단서가 소실·훼손됐다. 국과수는 '검증되지 않은 그럴듯한 상식'과도 싸워야 했다. 일반의 추정과 달리 시신의 부패는 빠르게 가능하며, 시신은 근육이 이완되며 반듯하게 누울 수 있고, 저체온 상황에서 발열감을 느껴 옷을 벗을 수 있다는 등 갖은 의혹을 구구절절 해명했으나 귀 기울여 듣는 이는 많지 않은 분위기다.

초유의 '불신'을 겪고 있는 국과수 관계자들은 답답해하면서도 현 사태가 이해된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DNA 검사는 조작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가가 못 미덥게 대응했으니 루머가 도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과학은 믿지 못하면서 날짜도 헷갈려하는 주민 증언은 믿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발표도 안 믿겠단 건데 불신의 근거는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과학적 근거'를 내세운 국과수와 개연성과 정황을 바탕으로 종합적 '심증'을 내세운 국민. 현재로선 심증의 압승으로 보인다. 불신의 심증을 강화한 건 연이은 검경의 수사 실패와 과거 각종 조작사건 등이 초래한 정부의 신뢰 하락이다. 국과수 불신사태는 누구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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