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부자의 초라한 도피생활, 꼬리 근처도 못간 검·경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4.07.25 22:42

용인 오피스텔 4월22일에 들어가…경찰, 유병언 사망 확인후에야 오피스텔 수색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사망을 확인한지 나흘 만에 장남 대균씨(44)를 검거했다.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화려한 도피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수사당국의 추정과 달리 대균씨는 수행원의 오피스텔에 비참하게 은신해 있었다.

그동안의 추적수사가 허술하게 진행돼 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장남 유씨가 지난 4월22일 이후 수행원 여동생 소유의 오피스텔에 계속 머물렀는데도 3개월 이상 전혀 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경찰관 8명은 25일 오후 7시쯤 용인 수지의 오피스텔에서 은신 중이던 유씨와 함께 있던 조력자 '신엄마' 신명희씨의 딸 박수경씨를 현장에서 체포, 인천지검으로 호송했다.

유씨는 검거 당시 TV도 없는 5.8평 오피스텔에 숨어 있다 붙잡혀 부친의 사망소식도 모르고 있었다.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철저하게 따돌리며 지역을 옮겨 가며 도피하고 있을 것이라는 당초 관측과는 전혀 달랐다.

경찰 유병언·유대균 검거 TF(태스크포스) 분석팀은 그동안 장남 유씨가 기독교침례복음회(구원파) 신도의 비호를 받던 유 전 회장과 달리 수행원이나 가족, 친인척 등으로부터 도피 조력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을 벌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병언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수사당국의 추정과 달리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의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2.3km 떨어진 한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가 뒤늦게 유 전 회장이라는 신분이 밝혀졌다.

수사당국은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난 21일 장남 유씨가 숨어 있던 오피스텔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유씨의 수행원 하모씨의 여동생(35·여)의 주소지와 휴대전화 요금청구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그제야 확인하고 여동생 하씨 소유의 오피스텔을 살핀 결과 검거에 성공했다.


TF팀은 요금청구지인 용인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와 유씨가 숨어 있던 7층 CC(폐쇄회로)TV를 살폈고 지난 5월초 이후 비어있다던 오피스텔에 전기세, 수도세가 징수되고 있고 7층에 내린 사람들이 없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잠복했다.

하씨는 "구원파 신도들에게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날 경찰이 오피스텔을 에워싸고 열쇠업자를 불러 문을 부수려하자 유씨가 2시간 만에 문을 열고 나와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했다. 현장엔 박씨도 함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지난 4월22일쯤 박씨의 차를 타고 오피스텔에 들어가 밖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박씨는 몇 바퀴 돈 다음 자신과 만나 은신을 시작했다고 했다"며 "음식은 수행원 하씨 여동생이 나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여동생 하씨도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이 사망하고 수사라인이 부실 초동대처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직위 해제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경찰이 집중적인 추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측은 "그동안 유대균의 수행원 현황 등 수사자료를 검찰로부터 제공받아왔고 은신 용의처 수색현황을 검찰에 제공하는 등 검찰과 공조를 강화해 왔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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