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용들을 가르쳐 주는 대학이 있다. 그것도 정규 과목으로 말이다. 온라인 사이트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대한민국 최초로 '술(酒)'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곳이다. '진짜 인생은 술자리서 배운다'는 개교 이념 하에 학교(www.ahsvuni.org)를 찾는 학생 수(방문자수)가 300만 명을 넘었다.
학교가 만들어진 배경이 특이하다. 보해양조가 내놓은 신제품 소주 '아홉시반'을 알리기 위해서다.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2강 구도다. 주류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다. 신생 브랜드의 경우 신제품을 내놔도 판매처 확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대다수다.
보해양조는 입소문을 통해 판매처를 뚫기로 했다. 주요 타깃은 20대의 대학생이다. 학생들에게 먼저 '아홉시 반'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술집에서 찾도록 해 판매처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두 달 만에 판매처가 1800곳으로 늘었다. '아홉시 반'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하루에 5~6곳의 판매처가 늘어나고 있다. 판매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말해 '교재 판매처'다.
'아홉시반'은 TV, 라디오, 신문 등의 4대 매체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하다. 하지만 술에 관심 좀 있는 20대~40대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고 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양은 개인차가 크다. 하지만 '술자리가 좋다'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간, 아홉시 반.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술 자리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아홉시반'의 로고는 시계 아홉시반을 나타낸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으로 술에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은 17.5도, 일반 소주(19도)보다 낮췄고 용량은 375ml로 15ml 더 늘렸다. 도수를 낮추면서 아낀 비용으로 병을 별도로 제작해 용량을 늘렸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광고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의 경우 빅 스타를 기용해 주요 매체에 광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런 형식을 탈피해 술에 관련된 콘텐츠를 스토리를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이 신선하다. 방송인 김제동씨(초대학장이기도 하다), 비평가 진중권씨 등을 교수로 초대해 꾸준히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얼마나 더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 낼지 흥미롭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