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계획이 감감무소식이었던 건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 크고, 인사 파동을 겪은 뒤 2기 내각이 갓 출범한 것도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가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고민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역시 "세월호 상황과 민생경제 활성화 양쪽 조건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한 바 있다.
대통령의 휴가에 관심을 갖는 건 연쇄파급 효과 때문이다. 대통령의 휴가 일정은 수석들은 물론 산하 비서관, 행정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장차관부터 국과장, 사무관 등 각 부처가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7월말에서 8월초 기간 중 며칠을 골라 휴가를 다녀왔고, 비보도 전제로 대략 7월초 쯤 언론에 이런 사실을 알리곤 했다.
하지만 매년 호사스런 휴가 논란에 휩싸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는 박 대통령도 휴가다운 휴가를 떠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려울 때 일수록 재충전이 필요한 법이다. 육체적이나 정서적으로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시킬 필요가 있다.
관저에서 보고서를 읽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밤낮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장관이나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박 대통령이다. 장관과 참모진이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휴가 기간에는 휴대폰을 옆에 끼고 노심초사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적당한 휴가는 빡빡한 국정의 윤활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휴가에도 정상화가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후 침체된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 여름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다.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여가를 즐기며 돈을 쓴다면 내수가 활력을 되찾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터다. 적자 재정을 확대해서라도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아닌가. 공직사회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