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살아날까

머니투데이 오세목 서울 중동고 교장 | 2014.07.24 06:38
일반고의 현실이 극히 어렵다고 한다. 일찌감치 진로를 잡은 아이들은 특성화고로, 과학과 외국어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특목고로, 50% 이내의 중상위권 학생들은 자사고로 빠져나가 일반고는 붕괴될 지경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반고의 현실은 매우 힘들다. 꿈도 희미하고 수업을 좇아가기도 버거운 아이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학교 교육활동을 제대로 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고가 살아야 우리 교육 전체가 산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지난 6·4 지방선거의 17개 광역단체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압승을 거두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무려 13곳에서 당선된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공약에서부터 '자사고 폐지'를 분명히 했다. 자사고가 없어져야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자. 자사고를 없애면 과연 일반고가 살아날까? 자사고는 일반고 '교실붕괴' 현상이 극에 달했던 시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안됐던 제도다. 자사고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었을 뿐, 자사고가 등장했기에 일반고가 무너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자사고를 모두 없앴다 쳐보자. 이 경우 자사고 학생 6000여 명은 일반고에 흩어지게 된다. 이는 중위권 학생이 일반고 한 반에 2~3명 많아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일반고의 처지가 훨씬 나아질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의 부재와 획일화다. 무너지는 일반고의 현실은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과 욕구를 섬세하게 챙기지 못하는 데서도 생긴다. 자사고들은 이런 현실을 깨고 각자의 건학이념에 따라 차별화 된 교육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런 학교들을 없애고 모두가 똑같은 일반고로 만들면 우리 교육은 더 나아질까? 학생들은 더 행복해 질까?

자사고 시행 5년, 자사고들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학교 만족도도 높고 학업 성취도 또한 높다. 그런데 13명의 진보교육감은 자리잡아가는 자사고를 없애버리려 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공교육 영향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문 닫게 하려 한다. 영향 평가 기준에 따르면 성적 상위 10% 이내의 학생이 많은 학교, 다른 지역의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 학교는 '문제가 많은 학교'다. 이 기준대로라면 서울에는 우수한 자사고부터 사라질 것이다. 교육을 잘하는 학교일수록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먼 곳에서도 아이들이 찾아오기 마련 아니던가.

나는 교육감들에게 묻고 싶다. 이렇게 좋은 학교들을 하나 둘씩 없애고 나면 일반고가 과연 살아날까? 지난 5년, 자사고들은 좋은 교육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일반고들은 과연 자사고만큼 치열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일반고를 살리고 싶다면 일반고의 만족도를 특성화고, 자사고, 특목고만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잘 되는 학교를 없애버리면 모두의 형편이 나아지리라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무상급식 등으로 교육청들은 가뜩이나 돈이 없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돌아간다면 일반고에 돌아가야 할 예산은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일반고들의 처지를 낫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정치논리에 따르느라 현실을 보지 못하는 꼴이다.

그래도 진보 교육감들은 평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두렵다. 나같이 느끼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교육 당국은 헤아려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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