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빚 잔치'의 필수품이 된 마이너스통장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권다희 기자 | 2014.07.24 08:00

4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 30조원에 육박

은행원인 A씨는 최근 경쟁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A씨가 근무하는 은행에서 직원들에게 지원하는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한도는 2000만원.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그가 선택한 것은 경쟁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 때 경쟁은행 앞에서 영업을 하는 또 다른 은행의 모습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나마 신용이 보장된 은행원들은 행복한 직장인이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경우 마이너스통장에 더욱 얽매여 있다. 매달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상당수의 금액이 신용카드 결제대금으로 빠져나가고, 모자란 금액은 마이너스통장으로 채운다. 급전도 마이너스통장의 몫이다. 30~40대 직장인 대부분이 마이너스통장 1~2개 정도는 보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이너스통장은 이제 직장인 '빚 잔치'의 필수품이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국내 4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총 29조10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858억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최근 3~4년 동안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이 사실상 제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설정하고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수 있어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다. 이자는 한도와 상관없이 마이너스로 표시된 부분에 대해서만 내면 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마이너스통장을 비상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엄연한 신용대출이다. 게다가 이자는 복리로 계산된다. 마이너스통장을 한번 개설하면 대출잔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2011년 40조원대였던 은행권의 전체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최근 50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다. 은행권의 전체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공식 집계되지 않지만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는 가계대출 수치로 추이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에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시킨다. 기타대출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기타대출 잔액은 150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1월말 보다 약 3조원 늘어난 수치다. 기타대출은 지난 2006년 6월 말 기준 120조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07년 6월 130조9000억원, 2008년 6월 145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후 2012년까지 145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150조원을 돌파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직장인들의 운명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의 연관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직장인들의 소비 패턴과 연관성을 보인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이 매년 1분기에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월과 2월에 집중된 설 상여금과 3월에 지급되는 공무원의 평가상여금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은 연초에 항상 감소세다.

반면 5월과 8월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잔액이 늘어난다. 5월의 경우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등 가족행사에 따른 지출이 늘어나고, 8월에도 휴가지에서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이 사실상 직장인들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 비중이 꾸준히 10% 수준을 유지한다"며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증감을 반복하지만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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