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먼저 받고…" 보험설계사 '노예계약서' 내용보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4.07.24 08:00

'GA 전성시대' 공룡대리점의 그늘

편집자주 | 보험대리점(GA)이 보험 시장의 새로운 참여자로 등장했다. 기세도 당당하다. GA에 소속된 설계사만 전국적으로 20만 명, '설계사 1만'의 문턱을 넘어선 공룡 GA도 탄생했다. 웬만한 중소형 보험사를 압도하는 것을 넘어서, 보험사와 GA 간 갑을관계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GA는 관리의 사각지대다. 대형GA는 보험사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엔 힘이 달린다.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을 권한다'는 GA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수수료 쫒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보험시장의 새로운 참여자로 자리를 잡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피해서는 안 된다. GA가 건전한 보험판매 채널로 '2차 성장'해야 GA도, 보험사도, 소비자도 살 수 있다. 머니투데이에서는 3회에 걸쳐 보험업과 GA의 건전한 상생의 길을 모색해본다.

[GA가 변해야 보험이 산다](上)혼탁해진 보험시장

#. 부산지역에서 보험 설계사의 '노예계약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 대리점(GA)이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설계사 스카웃 경쟁이 치열하다. 스카웃된 설계사는 GA에게 3000만원을 일시로 받는 대신 '약속어음'을 끊었다. 매달 일정수준(초회보험료 약 100만원) 실적을 최소 2년간 유지해야 해야 한다는 조건.

경기불황으로 실적이 신통치 않자 압박을 느낀 설계사는 가라계약(가짜계약)을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일부는 채권추심까지 당해 '노예계약서'란 말이 나돌았다. 부산지역의 채권추심이 때 아닌 활황이란 후문이다.


이 문제로 한 대형보험사도 골머리를 앓았다. 자사 출신 직원이 지난해 부산에서 GA를 세우고 설계사 100여명을 빼갔다. 설계사가 무더기로 이탈하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부당하게 신규 계약을 유도하는 '승환계약'이 밀려왔다. 고아계약(설계사가 이직을 해 담당 설계사가 없는 계약)도 양산됐다. GA의 급성장 이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설계사 둘 중 하는 보험사 소속 아냐" 공룡 GA전성시대=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8명은 보험가입자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자신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 '둘 중 하나'는 보험사 소속이 아니라 GA소속이란 점.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그 보험사 상품만을 판매하고 수시로 보험사의 교육, 관리를 받지만, GA 설계사는 다르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보험사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판매실적에 따른 수수료만 챙길 뿐이다.

보험설계사는 지난해부터 보험사에서 GA로 대거 이동 중이다. GA 설계사는 19만7529명으로 10여년 전보다 10만명이 불었다. 전체 설계사(42만7336명) 중 절반에 육박(46.22%)할 정도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각각 13만명, 9만여명에 그친다. 올 들어 전속 설계사의 이탈 속도가 더 빨라졌다. '보험 아줌마' 시대는 저물고 'GA 설계사'가 대세가 된 셈이다.

설계사 1만명이 넘는 '공룡 GA'도 글로벌에셋코리아, 프라임에셋 등 2곳이 나 된다. 이들 GA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 등 웬만한 중소형 보험사보다 설계사가 더 많다. GA가 이제는 보험시장 판도를 흔드는 큰손이 된 것이다. 보험사의 GA 의존도도 갈수록 커졌다. 몇몇 보험사들 빼고는 다수 보험사들이 GA를 통해 총매출의 20~40% 가량을 거둬들인다.



◇14년 됐는데…'비교판매 꿈'은 멀어지고=GA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생보사 출신 보험맨이 지난 2000년 설립하면서 첫 등장했다. 특히 지난 2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의 막강한 판매력에 보험사가 휘둘릴 정도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형 판매 모델'로 꼽힌다. 본래 취지만 잘 살린다면 소비자 지향적인 채널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 그런 GA도 없지 않다. 한 GA 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복잡한 금융상품을 비교 분석해 주는 GA가 이로운 채널 "이라며 "하지만 단지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상품을 판다면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 됐다. '비교판매'의 장점은 발휘되지 못하고 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 판매가 이뤄졌다. 단적이 예로 GA가 대형화된 이유가 보험사에 대한 가격(수수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사들은 매출 구간에 따라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차등지급한다. 서로 다른 회사더라도 '간판'을 한 곳으로 걸어 두고 매출을 합친다면 수수료율이 높은 구간을 적용받아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많은 대형 GA들이 겉보기에는 한 회사지만 사실상 작은 대리점들이 합쳐진 연합체 형태(지사형 법인대리점)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는 지사의 권한이 커 본사가 영향력을 거의 행사할 수 없다. 이익 역시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의 3~5%만 본사가 갖고 나머지는 지사가 챙긴다. 이런 풍토에서 설계사 교육이나 내부통제, 고객관리 등이 잘 될 리가 없다.

◇불완전판매율 3배…먹튀 설계사에 우는 '고아계약'='수당 1000%보장' 등 높은 선지급 수수료를 주겠다는 달콤한 말을 믿고 보험사에서 GA로, GA에서 다른 GA로 이동하는 '먹튀 설계사'가 양산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설계사 모집 이력'을 공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먹튀 설계사' 때문에 보험계약을 관리해주는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이 발생한다. 보험은 오래 될 수록 좋다는 게 상식이지만, 기존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을 유도하는 '승환계약'도 횡행한다.

'수당 쫓기의 그늘' 속에 불완전판매도 극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불완전판매 비율을 보면, 전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46%인 반면 GA채널은 1.24%(생보사)로 전속 대비 3배 가량 높다. 방카쉬랑스나 개인대리점, 홈쇼핑 등 다른 채널과 비교해도 GA채널의 불완전 판매율이 월등히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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