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정책 무너질라… '최경환 속앓이' 환경부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 2014.07.24 05:51

배출권거래제·저탄소차협력금제 등 줄퇴짜… "규제딱지 허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 '최고 실세'로 통한다. 이런 최 부총리의 강력한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에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부처가 있다. 환경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환경부의 속앓이는 최 부총리의 내정과 함께 시작했다. 친시장·친기업적 성향이 뚜렷한 최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을 맡으면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등 환경부가 공 들인 각종 환경정책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 취임 후 1주일이 지난 요즘 '혹시나 했던' 환경부의 우려는 '역시나'로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이뤄진 첫 현장방문(17일)에서 나선 자리에서 "준비 사항 등 여러 가지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관련 입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도 시행을 불과 5개월여 남겨둔 상황을 감안할 때 '재검토'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제도 시행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22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별로 허용량을 할당하는 제도다.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반대로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그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환경부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논의 당시 201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로 시행이 2015년으로 늦춰졌다.

공교롭게 당시 제도 시행을 늦추는데 결정적 역할은 한 사람이 바로 최 부총리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던 최 부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산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제도 도입 논의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17일 열릴 예정이던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기재부, 산업부, 환경부 등 실무진이 이번 주 따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협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많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기재부)과 산업연구원(산업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환경부)이 공동으로 정부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조정을 맡은 기재부는 현재 제도 시행을 한 차례 더 유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면서 최종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지 시행이 유보된 것은 아니다"라고 애써 진화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두 제도 모두 경제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더라도 시행 시점은 예정대로 내년 1월 1월이 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성장'을 총괄하는 기재부와 '규제'를 대표하는 환경부는 예전부터 종종 대척점에 서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분위기는 드물었다. 경제활성화로 정부의 역량이 집중되면서 '논리'에서도, 실세 부총리의 철학과 어긋나면서 '파워'에서도 모두 밀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경부 내부에서는 자조감 섞인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두 제도 모두 경제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오랫동안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국가의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한 정책들에 오히려 '규제 딱지'가 붙어 허탈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도 "6·13 개각때 장관이 재신임을 받아 주요 정책들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반대 상황"이라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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