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감정원엔 '무한신뢰'-평가법인엔 '색안경'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 2014.07.23 06:03

'2중잣대' 논란…서울리조트 뻥튀기 감정에는 '고의성' 없다고 두둔

국토교통부가 대표적인 '고무줄' 감정평가로 지적받고 있는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한남동) '한남더힐'과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서울리조트'에 대해 각기 다른 잣대를 적용,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참여한 평가사들과 소속 법인들에겐 직접적인 징계에 나서는 반면, 서울리조트를 감정해 16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한 한국감정원에 대해선 부실감정의 고의성이 없다고 간주, 징계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3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감정평가사 A씨가 감정원의 서울리조트 부동산 가치 과장 사건을 징계하지 않는 이유를 질의한 데 대해 국토부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징계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다.

감정원은 1994년 서울리조트가 담보로 제시한 부동산 가치를 519억원으로 평가했지만, 법원경매에선 62억원으로 평가됐고 실제 경매에선 20억원에 낙찰됐었다. 이 사건으로 감정원은 2011년 170억원의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국토부는 그럼에도 현재까지 감정원과 문제의 평가사에 대해 아무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국민권익위 국민신문고에 두 차례에 걸쳐 '감정원의 손해배상사건과 관련, 관리감독권자인 국토해양부(국토교통부 전신)에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면 그 이유가 있는지 답변해 달라'는 내용으로 질의했다.

권익위로부터 해당 질문을 전달받은 국토부는 '20년이 흐른 뒤 이제와 고의성이 없는 감정평가가 잘못됐다고 해 처벌하는 것은 어려운 사안이며 감정원이 자체심사를 거쳐 감정평가서를 제출한 것을 고려할 때 고의로 감정평가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국토부 답변은 감정원의 감정평가가 법원 판결에 따라 엉터리로 증명됐음에도 감정원이 인증하면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안된다는 식이란 지적이다.


감정원에 대한 국토부 태도는 한남더힐 감정평가로 인해 징계를 앞둔 4개 감정평가법인에는 정반대로 이어진다. 실제 국토부는 감정평가사들의 평가액을 감정원 타당성조사 결과 적정가격과 다르다며 법인에도 징계처분을 강행할 태세다.

법무법인 박앤정 소속 박승용 변호사는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을 비롯한 대형 감정평가법인에는 내부 심사체계가 있다"며 "심사행위가 고의성 유무의 판단기준이라면 대형 법인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내부 심사를 통한 감정평가의 완성도를 비교해도 대형 법인들이 감정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점을 들어 감정원과 업계 심사를 차별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도 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감정원에 업계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일을 맡기겠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며 "감정원 심사를 신뢰하고 업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건 모순된 얘기"라고 지적했다.

업계 반발도 거세다. 한남더힐 건으로 징계 검토 대상에 오른 A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국토부가 법인을 징계한다면 법인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축소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증거도 없이 개인의 잘못을 법인에 연대책임을 묻는 식으로 전개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서울리조트 건의 경우 검찰이 감정평가사와 감정원을 기소하지 않았다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남더힐 관련 4개 법인의 고의성 여부는 언급을 피한 채 징계 가능성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 관계자들과 대표들을 불러 고의성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며 "아직 징계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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