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7만원'짜리 호텔빙수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4.07.23 06:40
요즘 홍대입구나 압구정동의 빙수가게 앞에 가보면 으레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손부채질을 하며 1시간 넘게 기다려 먹을 정도로 한여름 빙수의 달콤함과 시원함은 강렬한 유혹이다.

10년 전만 해도 빙수는 지갑이 얇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간식이었다. 동네 분식집에서는 3000~4000원이면 팥빙수 한 그릇으로 잠시나마 땀을 식힐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라고 해도 6000~7000원이면 생과일 토핑까지 곁들인 과일빙수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빙수에도 '럭셔리' 바람이 불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빙수는 1만원이 훌쩍 넘은 지 오래고, 브런치를 즐기는 일명 '영맘'(젊은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난 디저트 카페에서는 빙수 한 그릇에 2만~3만원을 받는다.

호텔 빙수는 한술 더 뜬다. 시내 유명호텔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럭셔리' 빙수는 4만원을 넘을 정도다. 최근 한 호텔에서는 최고급 샴페인인 돔페리뇽을 얼려서 넣었다는 이유로 빙수 한 그릇에 7만5000원(부가세 포함)까지 받고 있다.


이 빙수에 샴페인 2잔을 추가하면 가격이 13만원(2인 기준)을 훌쩍 넘는다. 1급 호텔 뷔페 점심식사 가격이 7만원 정도니 2인 기준으로 보면 호텔 뷔페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

실제 한 소비자단체가 서울 시내 빙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임대료와 인건비를 포함해도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팥빙수의 원가는 판매 가격의 60%에 그친다고 한다. 업체들은 고급화와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가에 비해 턱없이 비싼 빙수를 보고 있자면 '고급' 이미지를 앞세운 '허영 마케팅'이 빙수에까지 파고든 것 아닌가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지방에서 시작해 최근 서울에 입성한 'ㅅ'빙수 전문점의 대표 메뉴인 '밀크빙수' 가격은 단돈 7000원이다. 믿을 수 있는 재료에 깔끔한 맛이 어우러진 이 팥빙수 가게는 번호표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줄을 서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의 'ㅁ'빙수 전문점도 대표 메뉴 가격이 7000원 정도다. 30년간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들이 몰리며 백화점 매출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착한 가격을 지키고 있다. 7000원짜리와 4만원짜리 빙수. 이 도를 넘은 상술에 홀릴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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