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주중 작성 메모, 거울 비춰 봤더니…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14.07.22 14:27

거울에 비춰야 해석할 수 있도록 써…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겨냥한 내용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그가 도주 중 작성한 메모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회장을 쫓는 과정에서 유 전회장이 도피 중 작성한 A4 용지 31쪽 분량의 메모를 입수했다.

이 메모는 거울을 보고 읽어야 해독할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유 전회장은 오대양 사건에 연루돼 4년동안 복역한 뒤 이처럼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회장의 메모에는 '첫날은 신OO 선생 댁에 지내다가 짧지만 곤한 잠에 휴식을 취했었다'고 돼 있다. 그가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빠져나와 측근 신모씨의 집에 머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가녀리고 갸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거야’라는 부분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자신이 음모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메모에서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 방송 진행자의 의도적인 행태에 거짓소리 증인의 작태를 보고 시선과 청신경을 닫아버렸다. 모든 방송에서 이별을 해버렸다. 넓은 세계의 밝은 소리들이 그립네‘라고 썼다.

유 전회장은 또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 같이 되었네’라면서 도망자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도 남겼다.

한편 경찰은 순천에서 지난 6월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유 전회장이 은신했던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회장 집무실에서 채취한 DNA 시료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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