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만에 수학이 갑자기 '재밌는 과목'…어떻게?

대학경제 고은별 기자 | 2014.07.21 07:41

[2014 행복학교 박람회]자유학기제 우수 운영모델 '부산 화명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란 말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말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사회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가진 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 반대인 사람에겐 '실패자'란 낙인을 찍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험을 치르고 성적을 부여받는 교육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관점 또한 '성적'에서 '역량'으로 접근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서 류현옥 부산 화명중학교 교육과정부장을 만났다. 그는 "아이들의 역량이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를 가장 이상적인 교육정책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서 류현옥 부산 화명중 교육과정부장이 부스 체험활동을 돕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융합적 소양' 수업개선…진로탐색은 '자기이해'부터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운영을 참여형(토론, 실습 등)으로 개선하는 제도다. 운영 학교는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편성하고 있다.

부산 화명중에서 수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류현옥 교사는 "한 학기 정도는 아이들을 성적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자유학기제의 큰 장점인 것 같다"며 "지금은 어떤 역량 부분에서 우수함이 보이는 아이를 '잘하는 아이'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명중은 1학년 1학기 10개반(335명)을 대상으로 '수업개선 중심의 교과선택프로그램 중점모형'의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실수업개선의 방향은 학생들의 '융합적 소양'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췄다. 국어, 수학, 영어 등 공통과정 외에도 교과선택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류 교사는 "자유학기제 희망학교 선생님들이 오셔서 간혹 한 개의 프로그램을 갖고 운영방침을 세우는데, 그렇게 해선 실패하기 마련"이라며 "일반 교과수업이 변하지 않고선 절대 자유학기제를 성공리에 구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학생들의 '진로탐색'이다. 류 교사는 성숙도가 낮은 중학생의 특성상 '자기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진로탐색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아이들의 성숙도가 떨어지다 보니 자기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자유학기제 동안에는 내 꿈이 무엇인지 자기이해를 먼저 해야 해요. 그 후에는 어떤 직업이 있는지 아이들이 감지만 하면 되죠. 이런 학습은 야외활동을 통해선 별 효과가 없어요. 우리 학교는 독서를 통해 간접체험을 하게 하는 등 교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 참여한 부산 화명중 체험부스가 문전성시를 이뤘다./사진=고은별 기자
◇즐거운 학교생활, "내 꿈이 바뀌었어요"

류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의 자율권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학교별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의 역량을 판단해 맞춤형 학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자유학기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기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다. 교사가 수업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정의적 평가(관찰평가)까지 다양한 업무 부담이 발생한다. 또 프로젝트별 수업이 많아 그룹 내 '무임승차'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류 교사는 "교사가 노력한 만큼 아이들의 만족도가 따라온다"며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은 '즐거운 학교생활'이라며 만족해 했다.

화명중 주태수(1학년) 학생은 "기본교과를 체험형으로 바꾸니 수학조차도 재밌는 과목이 됐다"며 "진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진로를 정하고 싶게끔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준(1학년) 학생 또한 "본래 꿈이 과학자였는데, 지금은 가수로 바뀌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여러 활동을 해보고, 적성을 알게 됐다. 자유학기제 때문에 꿈이 바뀐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류 교사는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면서 아이들이 색깔을 가지길 시작한다"며 "학부모들도 무조건 공부만 많이 하는 게 최고가 아니란 걸 인식하게 된다"고 변화를 짐작케 했다. 이전에는 학급의 반대표를 맡는 학생만이 '리더십'에서 강점을 보였다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부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보다는 발표를 잘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아이들이 인정받는 형태로 수업이 변화하고 있죠. 자유학기제의 운영방향은 학생들이 즐거워야 하고, 교사는 보람을 느껴야 하고, 학부모는 만족해야 하고…. 이렇게만 된다면 성공적으로 구축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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