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접시보다 13㎝ 밥그릇이 더 비싼 이유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 2014.07.27 15:37

[신아름의 시시콜콜]

영국의 한 유명 도자기 브랜드에서 내놓은 지름 13㎝짜리 샐러드볼(Bowl·안이 깊은 식기)은 지름 27㎝짜리 평평한 대접시보다 20% 가량 비싸다. 프랑스의 한 유명 도자기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지름 10㎝짜리 다용도볼 역시 23㎝짜리 접시보다 약 10% 비싸다. 원재료가 다른 것도 아닌데 작은 것이 큰 것보다 더 비싼 이유는 뭘까.

정답은 '평활도'에 있다. 평활도는 도자기 표면의 매끄러운 정도를 나타낸다. 평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볼처럼 오목한 형태에, 깊이가 있는 그릇일수록 더욱 그렇다. 크기가 큰 평평한 접시보다 작은 볼이 더 비싼 이유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자기 브랜드가 지금껏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건 바로 제품의 높은 평활도가 일정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

도자기의 일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같은 공식은 위생도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생도기는 건축물의 위생 설비에 쓰이는 도자기의 총칭으로 양변기, 세면대 등을 포함한다. 위생도기의 품질을 결정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평활도다. 위생도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아무리 모양이 예쁘게 빠진 제품이라도 평활도가 좋지 않으면 그 자리서 망치로 깨부순다. 평활도가 제품의 생명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평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위생도기 몸통자체가 매끈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유약을 발라 마감하는 후처리 공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양변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면 표면에 오물이 축적되고, 물때가 끼는 경우가 생기는데 대개 평활도가 낮은 제품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내 대형 위생도기업체들이 나노입자의 유약을 발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표면 평활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요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브랜드는 물론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따져가며 제품을 고른다. 위생도기의 경우 대부분 기능과 디자인에 대해서는 꼼꼼히 따져보지만 평활도까지 살펴보는 소비자는 드물다. 평활도는 매끈함이라는 디자인적 가치를 넘어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왕 직접 위생도기를 고르기로 마음먹었다면 평활도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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