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출구전략 더 빨라야"...'대차대조표' 정상화 촉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4.07.17 13:54

피셔 댈러스 연은 총재·핑크 블랙록 회장, 출구전략 조기 시행 촉구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FRB가 통화정책 정상화(출구전략)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물론 FRB가 양적완화(자산매입)로 부풀려 놓은 대차대조표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FRB가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려면 그동안 사들인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금리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피셔·핑크 "FRB, 출구전략 속도 내야...대차대조표 줄여라"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연설에서 "FRB는 내년 초나 그 이전에라도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의 과열 정도가 이미 도를 넘었고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피셔 총재는 오는 10월부터 채권 재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FRB의 자산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채권 매각 시기도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FRB에 출구전략을 재촉했다.

핑크 회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회견에서 FRB가 지금 크기의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FRB는 실업문제가 구조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지만 과거 수천 명을 고용했던 공장의 인력은 이제 200명밖에 안 된다"며 "고용이 추세를 넘어 늘어나려면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핑크 회장은 또 보다 적극적인 양적완화 중단을 주문했다. FRB가 만기 채권 원리금을 채권에 재투자하면 FRB의 계획대로 오는 10월 양적완화가 끝나도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FRB는 실제로 올해 자금 공급 측면에서 지난해보다 더 공격적"이라며 10월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채권 재투자를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춘 뒤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올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착수하면서 자산 매입 규모는 지난해 말 월간 85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줄었다. FRB는 오는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이지만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원리금을 다시 투자하는 식으로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양적완화 중단, 기준금리 인상 '가시권'...대차대조표 향방은?
양적완화 중단 시기가 정해진 만큼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남은 것은 기준금리와 대차대조표를 위기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FRB가 내년 중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월가에서는 내년 6월을 유력한 시기로 점찍었다. 옐런 의장이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일러야 3월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옐런 의장의 내년 FOMC 첫 회견이 예정된 달이다.

문제는 그동안 불어난 자산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줄이느냐다. 2007년 초 8800억달러였던 FRB의 자산은 현재 4조3000억달러로 불어났다. 미국 명목 GDP(국내총생산)의 5%였던 것이 23%로 늘어난 셈이다. 양적완화로 매입한 국채(2조4000억달러)와 주택담보부증권(MBS·1조7000억달러)이 대부분이다.

FRB가 금융위기 이후 채권을 대거 사들인 것은 시중 금리를 낮춰 수요를 북돋기 위해서였다. 벤저민 프리드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보수적인 계산이라며 60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입하면 장기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 하락폭이 미미해보여도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의 회복과 주가 강세, 달러 약세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FRB가 금리인상만큼이나 대차대조표 축소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FRB는 2011년 '테이퍼링-양적완화 중단-재투자 중단-금리인상-자산 매각'이라는 출구전략 개요만 제시했을 뿐 재투자 중단과 자산 매각과 관련한 힌트를 주는 데 인색했다. 옐런 의장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기간에 걸쳐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만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대차대조표 규모를 정상화할 것"이라며 "내부 논의가 끝나는 연말께 보다 완전한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FRB가 굳이 자산 규모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최근 FT 기고문에서 FRB가 대차대조표 크기를 줄이려는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잠재적 손실과 자산매입을 지속하는 데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기 때문이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선 FRB는 양적완화로 사들인 채권으로 이미 사상 최대 수익을 냈고 설령 손실이 발생해도 중앙은행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기우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부작용을 감수하며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기보다는 기준금리를 조정하듯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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