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SPC에 보유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88.8%)을 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17일 밝혔다.
매각대금은 6000억원이지만 SPC설립 출자액(1000억원)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재매입 대금(약 1200억원)을 제하면 실제 유입되는 현금은 3800억원 정도다.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은 현대그룹과 오릭스가 공동으로 SPC를 설립하고, 신설된 SPC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신설 SPC는 자본금 3400억원으로 오릭스가 자본금의 70%인 2400억원을 투자하고, 30%인 1000억원은 현대상선이 출자한다.
현대그룹이 직접적으로 지분을 오릭스에 매각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그룹간의 사업관계와 이후 재매각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와 3자 물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물류 계열사로 현대그룹 내 물류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바이백 조항이 없는 진성 매각이다"며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에서 그룹 물량을 갖고 있는 등의 사업 관계가 있어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SPC 설립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할 때 이익 배분 문제도 있다. 현대상선이 신설 SPC의 지분을 30% 갖고 있는 만큼 신설 SPC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할 경우 현대그룹은 원금과 함께 투자차익을 오릭스와 공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현대글로벌 등이 매입해 매각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매입금액은 약 1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거래가 완료되면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릭스의 경우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해 시세 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며 “SPC를 설립할 경우 현대그룹이 시세 차익의 일부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의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LNG운송사업 부문 매각, 신한, KB금융지주 등 보유주식 매각, 외자 유치 등을 통해 6개월간 약 2조7000억원, 80% 이상의 자구안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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