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의 난…계열분리로 종지부 찍을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4.07.24 06:03

[기업 지배구조 재편 어디로]<12편>금호아시아나그룹

편집자주 | 삼성그룹이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다른 그룹의 개편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당수 그룹이 2세대에서 3세대로 경영권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은 향후 증시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투자자 입장에선 호재다. 최근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 움직임이 코스피지수를 상회하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그룹들이 당면한 지배구조 현안을 살펴보고 예상되는 변화 방향을 짚어보는 기획을 시작한다.

금호아시아나는 고(故) 박인천 창업회장이 1946년 광주택시를 설립한데서 시작된 그룹이다. 현재는 건설과 타이어, 항공, 육상운송, 레저 부문 등을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18조원으로 민간 재계서열 17위다.

금호아시아나의 지배구조 개편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69)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과 박찬구 회장(66)이 오너로 있는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간 계열분리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가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처분이 관건으로 꼽힌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각각 박 창업회장의 3남과 4남이다.

(왼쪽부터)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소송으로 얼룩진 금호家…계열분리 가능할까=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석화, 금호아시아나 등 4개사다. 최근 대기업의 화두는 지주회사 전환이나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대부분이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계열분리가 급선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초 기준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각각 5.3%, 2.8%씩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을 30.1%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또 한 켠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6.7%를 보유중이다. 금호석화가 들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는 금호피앤비화학(78.2%), 금호폴리켐(50.0%), 금호미쓰이화학(50.0%) 등이다.

사실상 박삼구 회장이 거느린 계열사와 박찬구 회장이 가진 계열사로 그룹은 양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정위는 이 둘을 한 그룹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오너'의 6촌이내 혈족이 지분을 3% 이상 소유한 기업이 있다면 같은 그룹 계열사로 본다.

즉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2459만3400주)를 끊어내야만 계열 분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두 회장 측은 계열분리를 원하고 있지만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주가의 저평가를 이유로 처분하지 않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지=김지영 디자이너
박삼구 회장 측과 박찬구 회장 측의 계열분리 시도는 2009년 '형제의 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 및 매각 등에 책임을 물은 박찬구 회장 측이 금호석화 지분을 집중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금호가의 전통이던 이른바 '65세 룰'도 이 때 깨졌다. '65세 룰'이란 동생이 65세가 되면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는 형제간 기업 승계방식을 뜻한다.

이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각종 소송전을 불사해왔다. 2011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제외시켜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이 '금호'라는 상표와 그룹의 상징인 '윙 마크' 사용권 등을 둘러싸고 맞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금호석화는 올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주총결의내용 부존재 확인 등 청구소송을 냈고 소송에는 박삼구 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결의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합의대로 금호산업에 매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 항공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회사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종가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연초 대비 6.4% 하락한 4620원이다. 김기태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1분기 국내 여객 고객 수는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했지만 2분기는 세월호 사고 영향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부터 A380 신규 투입효과와 원화강세, 성수기 수요 증가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지난해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 징계에 대한 우려 등이 남아있어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 주력계열사도 업황 및 실적부진 등의 여파로 약세다. 금호석화는 연초 대비 7.5% 하락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5.1% 올랐고 금호타이어도 1.7% 상승했다.

◇계열분리 난항 속 승계작업은 '착착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계열분리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3세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무리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은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보(36)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보(36)도 박찬구 회장 밑에서 경영 전반을 배우고 있다. 이들의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각각 7.17%(218만3120주), 10.00%(304만6782주)씩이다. 박찬구 회장이 지닌 금호석화 지분은 6.67%(203만964주)여서 이들의 경영권 유지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박철완 상무보는 지난 5월 GS가(家) 코스모그룹 허경수 회장의 차녀 허지연씨와 화촉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9) 역시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올해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박 부사장도 올해 초 영업에서 기획관리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박삼구 회장 측의 그룹에 대한 낮은 지분율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올해 4월초 기준 박삼구 회장, 박세창 부사장의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5.3%(176만446주), 5.10%(169만5733주)다.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분율도 각각 2.83%(418만2481주), 2.75%(406만5693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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