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올초부터 동양파워, 동양매직 등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약 4000억원을 확보했다. 동양이 지분 20%를 가진 동양파워의 매각가는 회생계획안에 1391억원으로 제시됐지만 실제로는 포스코에너지가 4311억원에 인수했다. 동양의 100% 자회사인 동양매직 역시 농협PE-글랜우드 컨소시엄이 기존 평가액 1800억원보다 높은 28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자회사를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한 동양은 3년치 채무액을 변제할만한 자금을 축적했다. 동양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10년간 분할 변제할 채무 7160억원 중 올해 갚을 돈은 1212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초과수익을 통해 10차년(2023년)부터 8차년(2021년)까지 3년간 채무는 전액 조기변제, 7차년(2019년) 채무는 일부 변제할 수 있게 됐다.
당장 급한 불을 끈 동양은 지분 55%를 가진 동양시멘트 매각 개시를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시장에선 동양이 동양시멘트를 매각하지 않으면 채무 변제액을 채울 수 없을 거란 예상 때문에 자회사 매각 직후인 이달 동양시멘트를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각 연기는 동양 채권단의 뜻이기도 하다. 동양 채권단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동양 구주 매각 및 할인율 없는 조기 현금 변제'라는 제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탄원서에는 동양시멘트까지 매각하면 동양의 기업가치가 떨어져 채권자들이 손실을 입는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거래 관계자는 "동양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동양시멘트 말고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을 갖고 재무구조를 손 본 뒤 시장에 내놓는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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