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의 귀환"…1조 쏟은 시스템의 승리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4.07.14 19:53

[2014 브라질월드컵]위기에서 부활한 '독일'

브라질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독일 축구대표팀. /사진 AFPBBNews=뉴스1
10년간 1조원에 달한 투자는 우수한 선수를 배출했다. 이 선수들은 트로피를 끌어 모았다.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열광'으로 화답할 수밖에 없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의 '시스템' 얘기다. 14일(한국시간) 독일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승리했다.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이다.

'전차 군단' 독일 대표팀은 한 때 '녹슨전차'로 불렸다. 2000년,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에서 잇따라 예선탈락하자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자국리그인 분데스리가는 2001년 유럽의 '빅3' 자리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내주기도 했다.

독일은 대표팀의 부진을 '감독해임'과 같은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우선 1부, 2부리그의 모든 팀들이 유스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지시했다. 구단들이 이후 10년 동안 유스시스템에 쓴 돈은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자 육성에도 적극 나섰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조치에 분데스리가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1년 분데스리가가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치고 다시 유럽 '빅3'에 오른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2013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맞붙었다. 이 대회 최초의 독일클럽 간 결승전였다.

1년 뒤 독일대표팀은 월드컵을 24년만에 제패했다. 준결승에서 홈팀 브라질을 7대 1로 격파하는 등 경기력도 완벽했다. 대회 최우수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28), 실버볼을 차지한 토마스 뮐러(25)는 모두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다. 특히 대표팀 엔트리 23명의 선수 중 16명, 결승전 선발 11명 중 9명이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되자 관중도 늘어났다. 분데스리가의 1경기당 평균 관중은 2000/01 시즌 2만8421명에 그쳤지만 2011/12 시즌 59% 증가한 4만5116명에 달했다.


유럽 최고수준의 관중 동원력이었다. 클럽의 투자가 좋은 선수 배출로 이어지고 좋은 선수들이 낸 성적에 팬들이 열광해 지갑을 여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

장지현 SBS 축구 해설위원은 "우수한 뮌헨과 도르트문트 출신 선수들이 독일대표팀의 성적을 이끌었다"며 "두 팀을 제외한 분데스리가 대부분 클럽들의 경기력은 아직 유럽 최고 수준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일사불란한 서포터 등 워낙 관중문화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퇴보한 모습이었다. 2001시즌 1만2596명에 달했던 K-리그 클래식 관중수는 올들어 7873명으로 37% 줄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2000년대 월드컵에서 이번을 제외하곤 매번 선전했지만 국내리그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제는 '악순환'을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관중감소로 구단 경영난이 악화되고 이것이 선수육성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면 향후 월드컵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독일처럼 국내리그와 대표팀 간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특히 이번 월드컵이 실패로 끝나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같은 실패한 월드컵이어도 1998년 프랑스 대회의 경우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국민에게 감동을 줬으나, 이번 대회는 대표팀이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게 악재다.

장 해설위원은 "리그가 기반만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고 그들이 대표팀을 끌고 가면 된다"며 "국내 리그의 경우 선진국 대비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재정부터 선수수급까지 모든 면에서 배우면서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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