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지원없인 살수 없는 '팬택', 채권단도 답답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박종진 기자 | 2014.07.14 05:30

이통사 지원이 팬택 회생의 전제조건.."국민 재산(채권단 돈)으로 대기업 손실 막아줄 순 없어"

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시선이 쏠려 있던 사이 '팬택'이 벼랑 끝에 몰렸다. 채권단이 회생방안을 마련했지만 다른 이해관계자인 '이동통신사'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팬택의 사업구조상 회생 여부는 사실상 '이통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통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채권단과 팬택이 이통사를 설득하고 있지만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지난 3월15일 팬택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고 약 3개월 여간 실사를 거쳐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정상화방안은 채권단 3000억원, 이동통신사 1800억원 등 4800억원의 출자전환과 2018년 말까지 원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10대 1 무상감자 등을 담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출자전환 등 회생방안에 대한 동의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보유한 상거래채권의 출자전환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이통사의 출자전환 없이는 자신들도 출자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채권단이 먼저 출자전환을 하고 이통사를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채권단으로선 이통사의 약속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팬택은 이통사들이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회사다. 결국 '이통사의 협조'는 팬택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상거래채권까지 출자전환에 포함시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이통사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를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통사들이 보유한 상거래채권이 약 29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협력사들까지 포함하면 총 상거래 채권 규모가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약 4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채권단만 출자전환할 경우 이 돈은 이통사의 채권을 상환하는데 사용된다. 이통사가 상거래채권을 회수하고 팬택과의 거래를 줄이거나 끊어버리면 팬택의 회생은 불가능하고 채권단은 헛돈만 쓴 셈이 된다. 채권단이 팬택 회생방안에 이통사를 끌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지금도 더 이상 상거래채권을 늘리지 않기 위해 팬택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통사들은 규모가 큰 사적 채권자들이다"며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은 기업 회생에 쓰여야지 대기업 채권자들의 손실을 막아주는데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출자전환이 불발되면 팬택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통사들의 상거래채권은 무담보채권이기 때문에 워크아웃보다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들도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선뜻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팬택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과 앞으로 더 얼마나 팬택에 끌려가야 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신들은 팬택의 회생가능성에 회의적이면서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더 하라는 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채권단)의 돈은 어떤 면에서 국민 재산과 다름없는데 이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팬택 문제는 시장 자율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적 측면에선 팬택이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통사의 손실분담없이 채권단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팬택이 나서 이통사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른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팬택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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