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0.3% 불과한데 '카드수수료' 부담 크다는 대학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4.07.11 15:22

'대학등록금 납부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대안으로 '분납 제도' 확대해야"

신용카드로 대학등록금을 납부할 경우 대학들이 부담해야 할 가맹점수수료가 적립금의 0.3%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등록금 납부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가맹점수수료율 1.5%와 신용카드 납부비율 30%를 가정할 경우 서울시내 사립대 31곳이 내야 할 수수료 총액은 115억7919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 학교당 평균 수수료는 3억7352만원이다.

본지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집계한 이들 대학의 2012년 교비회계 적립금은 4조365억1454만원으로, 연 평균 가맹점수수료의 0.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둔 사립대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신용카드 납부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신용카드 회원이 아닌 가맹점이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용카드 납부 방식을 도입한 대학들은 평균 1.4% 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학등록금 총액 9조5957억700만원 중 신용카드로 납부한 금액은 0.82%인 784억7900만원에 불과하다.

김 본부장은 "대학 입장에서 신용카드 등록금 납부는 대학의 재정 손실을 야기한다"며 "외국의 사례를 비춰볼 때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학생 또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정여력이 되는 대학들은 수수료를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장은 "피나는 노력으로 대학등록금을 인하했는데, 신용카드 수수료를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내라고 한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등록금이 적정하게 인하된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어차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것도 분할납부"라며 "선진국의 분납 제도를 도입해서 제대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납부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앙대 법인사무처 박기석 부처장은 "학생들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내면 할부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가계부담이 커지는 것을 물론이고 할부금을 내지 못했을 때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처장은 "대학 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카드사랑 협상하기도 어렵다"며 "여신법을 개정해서 수익자와 대학을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해야 한다, 안 된다 식의 양자택일 문제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수수료를 학생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고, 어차피 제때 내지 못하면 빚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납 제도를 개선하는 게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방향"며 "분납횟수를 늘려 목돈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대학들은 등록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납부하는 분납 제도를 도입했으나, 분납횟수는 2~3회에 불과하다.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분납 제도 활용률은 3.1%에 그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2002 월드컵 영웅' 유상철, 별이 되다 [뉴스속오늘]
  2. 2 베트남 며느리 성폭행하려던 80대…남편은 "신고하지 마"
  3. 3 "배달료 비싸" 직접 오는 손님 늘자…'포장 수수료' 꺼낸 배달업계
  4. 4 손님이 '번개탄·청테이프' 사가자 마트 사장이 한 일
  5. 5 나홀로 '빨대·뚜껑' 없는 편의점 커피…"불량품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