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안 소프트웨어 업계의 맏형인 안랩의 박원철 인사팀 과장은 "안랩은 응시자에게 열 번의 질문을 똑같이 던져 열 번 다 다른 대답을 해도 합격시킨다"며 "안랩에선 문제풀이를 정해놓고 이를 따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구직자들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박 과장은 "모르는 질문에 당황하지 말고 어떻게든 그 문제를 회사 관점에서 풀어가려고 노력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IT회사는 기존 관행대로만 업무를 수행해선 성장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항상 샘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철 과장은 "응시자 입장에서 구체적인 직무 정보 없이 공채에 응시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인턴 채용을 통해 구직자가 생각한 업무와 실제 현장의 업무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랩은 지난 2012년부터 자기소개서를 별도로 받지 않고 지원자가 잠재력, 팀워크, 안랩과의 인연, 주변인의 추천(Speciality·Teamwork·Ambition·Reference)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STAR'라고 명명된 이 과제물은 지원자가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박 과장은 "안랩의 이력서는 지원자들의 강점을 드러내도록 설계돼 있다"며 "구직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직무와 관련해서 어떤 강점이 있는지 평가자들을 납득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안랩 박원철 과장 Q&A
-가장 최근 공채 경쟁률은?
▶연간 한 차례 하반기 공채를 통해 매년 비슷한 규모인 40명 내외를 선발한다. 개발직 비율이 80%를 넘는다. 지난 2013년부터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버리고 이메일 계정을 통해 접수받는다. 이렇게 하면 자기소개서를 다 채우지 않는 지원자 등 허수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채 외에 상반기 인턴 채용도 진행하고 있는데?
▶상반기 인턴 채용은 하반기 공채를 고려해서 구직자들 입장에서 생소하고 무슨 일인지 잘 모를 수 있는 직무 위주로 뽑는다. 인턴사원은 6개월간의 인턴 과정 후 정규직 전환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된다. 대표적인 직무가 악성코드 분석으로, 구직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생각했던 일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인턴 채용을 통해 기회를 주는 셈이다.
-지원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안랩은 A자형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다. 전문성·인성이라는 두 축과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팀워크를 갖춘 사람이다. 안랩은 균형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 안랩의 모든 채용 과정은 지원자의 인성,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한 분야만 특출난, 소위 말하는 천재 같은 스타일보다는 특출나지 않아도 좋으니 사람들과 잘 적응하고 기초적인 능력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또한 정보보안이라는 안랩의 사업분야 특성상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안랩은 지원동기가 지원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입사지원자들이 지원서에 지원동기, 강점, 프로젝트 경험 등을 서술할 수 있도록 했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나?
▶역량과 전문성·팀워크를 보기 위한 질문들이 주가 된다. 1차 면접은 직무기초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기초지식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를 평가한다. 개발자라면 컴퓨터공학 기준으로 1,2학년 때 배웠을 것 같은 기초 알고리즘을 묻는다. 면접관 5명이 들어가고 피면접자는 3명이 참석한다. 약 50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기초개념, 관련 경험이 있는지를 계속 검증한다. 또 2차 면접에선 구직자들에게 성적증명서를 꼭 들고 오게 한다. 학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성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가 재학 기간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2차 면접에선 기본기가 중요하다.
-기업문화와 사내분위기는?
▶안랩은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회사다. 회사 문화도 유연하면서 수평적이어서 누구나 존중받으면서 일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복지제도를 벤치마킹할 때 '임원들만 쓰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는 제도를 많이 봤다. 안랩 복지후생의 가장 큰 장점은 웬만한 제도가 다 있고 이를 직원들이 실제 다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계단'을 본 뜬 '안랩 계단'은 안랩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다. 로비를 뻥 뚫린 공간이 아니라 계단형으로 배치해 직원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이유정 신입사원(2013년 10월 입사) Q&A
-자신의 스펙과 현재 일하는 분야는?
▶고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미디어학을 복수 전공했다. 영국에서 1년간 해외봉사활동을 하면서 환경NGO(비정부기구)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이후에는 영어학원 강사 아르바이트, 한국전력공사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다. 현재 안랩 커뮤니케이션실에서 사회공헌과 홍보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어떤 내용을 강조했는지?
▶자기소개서에는 미사여구를 최대한 줄이고, '경험'을 위주로 작성했다. 홍보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적었다. 지원한 직무가 홍보였기 때문에 화려하게 포장된 스펙보다는 지원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주목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안랩 입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은?
▶안랩에 관심을 가지고 주요 뉴스를 항상 챙겨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안랩이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과 발전 방향 관련, 많은 아이디어도 고민하고, 모아놓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에 오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지원하는 업무를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는 이와 없는 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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