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랑이 물려 숨진 서울대공원 사육사 순직 인정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기성훈 기자 | 2014.07.12 06:00

안행부 순직보상심사위원회서 인용… '고도의 위험직무' 인정 이례적 결정

시베리아 호랑이 /사진제공=서울대공원
지난해 호랑이에 물려 숨진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됐다. '고도의 위험 직무' 해당 여부를 놓고 논란을 거듭한 끝에 사망 7개월여만에 순직 결정이 난 것.

안전행정부는 지난 9일 고(故) 심재열 사육사(53) 유족이 신청한 '순직 공무원 신청'에 대해 순직보상심사위원회를 열고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1987년 서울대공원에 입사해 근무하던 심 사육사는 지난해 11월 호랑이 전시장을 청소하다 내실 차단벽을 밀고 나온 시베리아 수컷 호랑이 로스토프에 목과 척추를 물려 중태에 빠진 뒤 치료를 받았으나 보름만에 끝내 숨졌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심 사육사를 공무 중 사망한 공무원으로 인정함에 따라 유족들은 안행부에 순직 공무원 신청을 했다. 공무 중 사망이 인정돼야 순직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행부는 심 사육사의 업무가 법이 정한 '고도의 위험직무'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놓고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심사를 보류해왔다. 이어 지난 3월 처음 열린 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심사를 연기하자 순직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호랑이 사육 업무를 하던 당시 상황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릎쓰고 수행한 직무로 보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었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위해를 입고 사망한 공무원'으로 돼있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과 업무의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갓길에서 교통단속 중 가해 차량의 충격, 현행범 체포, 화재나 산불진화 작업 중 사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순직이 인정되면 유족보상금 외에 국가유공자로 인정, 월평균 소득액의 44.2배에 달하는 보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순직보상제도가 도입된 2006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순직 인정 사례 68건 중 경찰·소방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 순직으로 인정된 사례는 14명(전체의 20.5%) 뿐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업무 범위가 넓고 다양한 사고도 많지만 동물원 사육사의 사망 사건은 워낙 드문 사례였다"며 "비슷한 사례가 없다보니 이례적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인력이 줄면서 심 사육사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2인 1조를 하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심 사육사가 위험직무 수행자에게만 지급되는 수당을 받아온 점 등이 순직 인정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측면 지원도 한몫 했다. 박원순 시장은 사고 이후 해당 사고가 서울대공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음을 분명히 하고 심 사육사에 대해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여함과 동시에 1계급 특진시켰다.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무 지원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사고 이후 직원들의 트라우마가 극심했는데 유가족과 사육사들에게도 고무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 순직 인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인정 기준이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기간제 교사들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페루 신치쿠이 지역 조사를 위해 강을 건너다 보트 전복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김 모 과장은 재직기간이 수령기준인 20년에서 5개월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가족에 대한 공무원연금 지급이 거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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