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의 침묵…속타는 팬택, 정녕 법정관리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4.07.09 05:23

8일 저녁까지 이통사 출자전환 결정 가부 통보 안해…채권단 "기다리겠다"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팬택 지원여부에 '침묵'하고 있다. 8일 1800억원의 매출채권 출자전환 요구 시한까지도 이통사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팬택은 이동통신사에 결정할 시간을 더 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팬택은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이 아닌 법정관리를 택해야 한다. 백척간두에 선 팬택. 팬택은 이대로 법정관리로 가야하는 운명인걸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이 아닌 3등 팬택이다. 1위와 격차도 크다. 하지만 팬택은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평가다. 기술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어서다. 이동통신사들이 섣불리 지원 거부를 채권단에 통보하지 못하고 채권단 역시 이동통신사에 시간을 더 준 이유다.

1991년 설립된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삼성전자와 LG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폰 산업을 이끌어왔다. 전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인력인 팬택은 지난 23년간 기술개발에만 3조원을 투자하며 기술 집약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등록 특허는 4985건, 출원중인 특허는 1만4573건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경쟁사인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한 것도 팬택의 기술력 때문이다. 팬택 기술이 혹시라도 중국 등으로 빠져나갈 경우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도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의 견제 때문이다.


팬택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지난해 사업 악화로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18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협력업체 550여개사에는 약 8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팬택은 SK텔레시스, KT테크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사업을 접을 때 적극적으로 인력을 영입했다. 모토로라 등 외국 휴대폰 제조사가 국내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팬택은 그동안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앞서 국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베가 아이언'을 내놓고 애플도 해내지 못한 끊김없는 금속테두리를 구현했다.

최근에 '베가 아이언2'는 많은 제조 공정을 거치는 만큼 덩치가 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팬택이니까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다는 평가다. 팬택이 사라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동통신사한테도 팬택의 부재는 도움이 안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어서다.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주도권마저 놓칠 수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