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10년지기' 최태원 없는 SK, 시주석 방한에 아쉬움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4.07.03 06:28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 신분 방한 때 인연… 최 회장 부재로 중국 시장 도약 기회 활용 못해

# 2005년 7월, 시진핑 당시 중국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다. 한국 정부의 중국 고위급 인사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차세대 유력 주자였던 시 서기는 60여 명에 이르는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의 재계 지도자들과 만났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 때 직접 시 서기를 서울 서린동 사옥에 초청해 장시간 만남을 가졌다.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SK 측 한 인사는 "최 회장이 '30년을 내다보고 같이 협력해 발전을 이루자'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회상했다.

만남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국으로 돌아간 시 서기는 바로 최 회장을 저장성으로 초청했고, 최 회장은 그 해 10월 저장성 항저우에서 계열사 사장단 15여명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했다.

시 서기는 이들을 만찬에 초청해 대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과 시 주석이 만찬에서 양국 경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시진핑이 3일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는 중국 국가주석의 신분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오는 4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시 주석에게 다른 참석 인사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9년 전 방한 때 시 주석을 LG트윈타워에 초청해 협력방안을 논의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방한 당시 LG그룹 못지않게 시 주석과 많은 스킨십을 가졌던 SK에서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포럼에 참석한다. 하지만 김 의장은 170여명에 달하는 한국 측 참석자 중 한 명의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자리에 없는 SK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SK는 그 어느 기업보다 중국 투자를 활발하게 벌이는 기업이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저장성 우시 공장은 중국 내 반도체업 중 매출 1위 사업장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손잡고 우한에서 진행한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지난 1월 가동에 들어갔다. SK가 지분 16.6%를 투자한 도시가스회사 차이나가스는 중국 최대 민영 가스회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SK의 성과는 최태원 회장이 10년 넘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한 경영의 결과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월, 중국에 머물면서 영상메시지로 각 계열사에 신년사를 보낼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그룹 내에서는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또 한번 중국 시장에서 도약할 기회가 생겼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이 퍼져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자유로운 몸이었다면 그동안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의 기회를 잡았을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감자 캐던 소녀, 큐대 잡더니 '국민영웅' 됐다…"한국은 기회의 땅"[인터뷰]
  2. 2 300만원 든 지갑 돌려준 노숙자, 돈벼락 맞았다…"수천만원 돈쭐"
  3. 3 '합의 거절' 손웅정 "손흥민 이미지 값이라며 수억 요구…돈 아깝냐더라"
  4. 4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5. 5 베트남 두리안 싹쓸이 하더니 돌연 "수입 안해"…중국 속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