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을 잘라줘" 응급상황서 발 잘랐더니…

딱TV 낭만파괴법  | 2014.07.01 11:12

[딱TV]응급상황의 위험한 선택의 책임은?

편집자주 |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예비변호사와 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미드 '워킹데드'에서 좀비에게 팔을 물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칼을 휘두른 주인공. 응급상황에서 생명은 구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신체의 피해도 함께 준 이 경우, 주인공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동화 '빨간 구두'에서 같은 상황에 처한 사형집행인의 사례를 통해 낭만파괴법이 해답을 알려준다.

동화 '빨간 구두'의 주인공 카렌은 검은 구두를 신고 가야 하는 성당에 예쁜 빨간 구두를 멋대로 신고 갔다. 그리고 신의 노여움을 산 결과,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저주에 걸리고 만다.

하염없이 춤을 추며 숲을 헤매던 중 사형집행인의 오두막을 지나던 카렌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사형집행인에게 다리를 잘라 달라고 부탁했다.

사형집행인은 빨간 구두를 신은 두 발목을 잘랐고, 그제야 카렌은 춤을 멈추게 됐다. 카렌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성당에 봉사하는 삶을 살던 중 겨우 용서를 받아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다면 카렌의 부탁으로 카렌의 다리를 잘라준 사형집행인은 죄가 없을까? 곤란한 상황에 처한 이를 도와준 사형집행인. 타인의 신체를 훼손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선의로 부탁을 들어준 것 뿐이니 죄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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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구조…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만약 행인이 길을 가다 쓰러져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응급 처치를 했다면, 그리고 응급처치가 미흡해 환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라면 어떨까? 도와준 사람이 처벌받을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응급상황에서 직접 구조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왜냐하면, 다른 이의 구조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응급처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응급환자의 구조 시도를 한다고 치자. 주변에 때마침 의사가 지나갈 수도 있다. 도움을 주려다 적합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방해할 수도 있다. 즉, 다른 구조의 가능성을 배제 시킨다는 점에서는 위험한 행위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의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을 처벌해야 할까. 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타인의 위험을 수수방관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고민은 타인의 위험을 방관한 사람을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과 함께 오랜 논쟁을 낳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응급환자를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종류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응급환자를 돕기 위해 선의를 베푼 사람을 보호하는 위한 법률이 몇 년 전에야 겨우 제정됐다.

이것이 바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다. 본 법률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규정은 응급환자를 구하려고 한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환자를 다치거나 죽게 하지 않았으면 어떠한 민·형사적 책임을 지우지 않거나 감경해준다.


사형집행인의 '응급처치'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과 응급환자의 구조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카렌을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구조 방법 또한 발목을 자르는 것 외에 선택이 불가능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잠시 어디에 묶어두거나 구두를 벗기는 등의 방법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사형집행인은 망설임 없이 카렌의 다리를 잘라버렸다. 즉, 응급처치에 중대한 과실 혹은 고의로 다치게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진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호소한다고 해서, 병원으로 후송하는 대신 팔을 잘라버린 상황과 비슷할 지 모른다.

그래서 사형집행인은 무면허의료행위로서 의료법 위반과 동시에 중상해죄로 해당할 위험까지 부담한다. 남을 도와주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하고 이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 위험이 부담된다는 사실을 알고, 책임감과 더불어 신중함도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의 요청에 의해 신체에 해를 줬을 때는 죄가 될까, 안될까 궁금해진다.

빨간 구두를 벗을 수 없으니 자신의 발을 잘라달라고 부탁을 한 사람과 그 부탁을 들어준 사형집행인은 어떤 상황인 걸까. 마치 현실에서 시비가 붙어 말싸움을 하다 "한 대 쳐보라"고 소리치는 상대를 진짜 때린 경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때리라"고 해서 때린 사람은 폭행죄로 경찰서에 가야 하는 건지,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서 풀어보겠다.

[PODCAST - 낭만파괴법]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7월 1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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