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리뷰]당뇨, 심장병 막기 위해 다중 유전자 변형 희망할수도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 2014.07.09 14:02

인간 베아의 유전체 구성 변형에 사용될 지는 미지수


의도해 변이를 가한 영장류가 탄생하면서 복잡하고 규명되지 않은 뇌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원숭이 유전자 변형에 이용한 크리스퍼는 염색체의 특정 위치에 DNA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좀 더 쉽고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2013년 초 미국 연구진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세포에서 이 기술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러나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를 변형한 아기 영장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인 건 중국 연구진이었다.
크리스퍼를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너 UC 버클리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는 “이 기술로 영장류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의도해 유전자 변이를 가한 영장류가 탄생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질환을 연구하는 새롭고 강력한 방법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윤리 문제라는 딜레마도 존재한다. 기술 측면으로 보면 이번 실험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인간의 수정란도 변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숭이를 지표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수정란을 배양해 유전자 변형 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우드너 교수는 이런 발상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자이너 베이비’의 탄생은 아직 요원하고, 크리스퍼 개발과 관련된 연구자 대다수가 보기에도 먼 훗날의 이야기다. 그보다 시급한 것은 인간의 질병과 연관된 변이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다우드너 교수는 영장류 실험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동물보호 차원에서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크리스퍼가 원숭이에게 유효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은 ‘영장류 모델의 중요한 사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사례는 뇌 질환 연구다. 로버트 디사이먼 MIT 맥거번두뇌연구소 소장은 크리스퍼를 사용해 자폐증, 정신분열증, 알츠하이머, 조울증 등 유전자를 지닌 원숭이를 만들어 내는데 세간의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질병은 쥐와 같은 설치류에서는 연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질병에 걸린 설치류의 행동은 인간의 경우와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해당 질병과 관련된 신경 회로도 다를 수 있다. 실험 단계에서 쥐에게는 효과를 보인 정신성 약물이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 작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 제약회사가 많다.

영장류 모델은 뇌 질환과 연관된 여러 변이를 유전자 연구로 이해하려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유전 변형체 하나가 유의미한지는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질환의 원인일 수도 있고, 그 질환과 간접 관련성만 있을 수도 있다. 크리스퍼는 실제로 해당 질환을 유발하는 변이를 알아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심이 되는 유전 변형체를 원숭이에게 체계를 갖춰 주입하고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크리스퍼는 여러 조합의 변이를 만들어서 어떤 변이 또는 어떤 변이의 조합이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인지 규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복잡한 수준의 조작은 다른 방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펑궈핑 MIT 신경과학과 교수, 크리스퍼로 인간 세포 게놈을 변형할 수 있음을 보인 장펑 브로드연구소 및 맥거번두뇌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연구진과 함께 일종의 자폐증 유전자를 지닌 짧은꼬리원숭이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수정란에서 ‘SHANK3’라고 불리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자폐증의 기본 원리를 연구하고 치료제를 시험하는데 사용할 원숭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SHANK3’ 변이는 자폐증 환자의 일부에게만 있으나 자폐증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유전 변형체로 손꼽힌다)
윈난성 중점실험실의 실험에 참여한 지웨이즈 연구원은 유전공학으로 원숭이를 탄생시킨 중국 연구진이 아직도 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지 연구원의 연구팀은 뇌 질환 가운데에서도 파킨슨병 유전자를 지닌 원숭이를 만들고 싶어 한다. 파킨슨병의 증상을 초기에 찾고 병을 진행시키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영장류 실험이 제시하는 가장 놀라운 가능성은 물론 크리스퍼가 체외수정 중인 인간 배아의 유전체 구성을 변형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기술로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과학자 대다수는 그다지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법률생명과학센터장의 표현처럼 “살아 있는 아기가 될 수 있는 세포를 만지작거린다”고 생각하면 아주 작은 오류나 부작용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간단한 유전에 원인을 둔 질병 대부분은 크리스퍼를 이용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질병이 없는 다른 배아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체외수정 단계에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으로 이미 가능하다. 부모가 자녀의 질병, 예를 들면 심장병이나 당뇨병처럼 복잡한 유전 요소를 지닌 질병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중 유전자 변형을 희망할 거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릴리 센터장은 일러도 앞으로 5년 내지 10년 동안은 그러한 추측이 “말도 안 되는 것과 불가능한 것 사이 어딘가의 문제”라고 본다. 미래의 부모가 자녀에게 원할 수 있는 유전의 특징 가운데 상당수는 합리화의 개입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예를 들어 높은 지능이나 고차원 두뇌 기능의 유전 기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는 앞으로도 오래 동안 계속될 것이다.지 연구원은 크리스퍼로 게놈이 편집된 인간의 탄생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안전 문제를 고려하면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고 피력했다. 연구진은 우선 유전자 변형 원숭이를 이용해 “인류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간 질병에 매우 유효한 동물 모델을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글 아만다 샤퍼 번역 이세현

[유전자 연구] 1. THE EXPERIMENT
[유전자 연구] 2. THE IMPACT
[유전자 연구] 3. 국내 연구진, 유전자 가위 연구 역사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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