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은 있지만 거스름돈은 없다" 의원 출판기념회 가 보니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 2014.08.18 16:35

[the300-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해부②]출판기념회 현장 방문기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6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앞 야외광장에서 열린 강기정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2014.6.25/사진=뉴스1(사진은 기사 내의 특정 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음)
'사실상 공개 후원회, 사은품은 책?'

10년전 발표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일명 오세훈 법)은 연간 후원금 한도를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국회의원들의 돈줄을 가로 막았다. 이 장벽을 피해가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눈을 돌린 대표적인 수단이 출판기념회이다.

지난 6월 열린 A의원의 출판기념회.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후 2달이 지난 후에야 재개된 기념회 중 하나였다. 이달 한달간 새누리당 김태호, 김상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강기정, 남윤인순 의원 등이 기념회를 열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국회 모처에서 진행된 출판기념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A의원은 내빈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악수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축하 화환이 줄을 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인 '책'도 눈에 들어왔다.
A의원의 정치관과 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은 봉투에 담겨 방문객들에게 건네졌다. 행사장 입구 한쪽에는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저서를 무료로 드릴 수 없습니다"는 공지문이 있었다. 가격은 1권당 1만5000원이라고 적혔다.

계산대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책을 수령하는 곳에는 몇몇 모금함이 있을 뿐 계산에서 나올 법한 '거스름 돈'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모금함 주변에는 현금을 넣는 흰 봉투가 마련됐다. 모금함에는 봉투에 가려진 액수 미상의 돈이 들어갔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입구 한쪽 구석에는 분주하게 뭔가를 찾는 이들이 보였다. "봉투가 따로 있나?" 봉투를 집어 온 한 남성은 봉투의 겉면에 '○○○○(주)'라는 소속 기관과 이름 등을 검은 펜으로 썼다. 그는 봉투에 노란색 5만원권 2매를 슬며시 넣었다.

1만원권 5매, 5만원권 2매가 주로 담겨졌지만 때론 그보다 많은 금액들이 봉투에 들어가는 것도 보였다.

책 1권 값인 1만5000원을 모두 넘는 돈이었지만 이들이 집어가는 책은 1권, 많아야 2~3권이었다. 거스름돈을 달라는 이는 물론 전혀 없었다.

기념회가 진행되는 행사장 안은 1000여명에 달하는 인파로 가득찼다. 의자에 앉은 몇몇 이들은 봉투에서 꺼낸 책을 읽었지만 악수하며 인사하기 바쁜 정치인들과 방문객이 더 많았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우리 의원실도 행사해요"라며 다음 출판 기념회 초대장을 전했다.

기념식 사회는 친분이 있는 현직 의원이 맡았다. 국민의례 등을 마친 행사는 국회의장과 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축사로 이어졌다. 축사 사이사이에는 자리를 찾은 의원들의 소개가 반복됐다. 축사를 마친 정치인들은 잠시 자리를 지킨 후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축사와 내빈 소개는 1시간 이상 이어졌고, 행사장을 채운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줄었다.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인 1시간30분여 후에는 처음의 4분의 1정도만이 행사장을 지켰다. A의원은 인원이 거의 나간 후에야 단상에 올라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사회적 자숙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도 한 때 연기와 취소가 잇따랐다. 사진은 지난 4월 계획됐다가 연기된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의 출판기념회 포스터.
몇몇 의원들의 축사에서 제목이 인용됐을 뿐 책은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은 아닌 듯 했다. 출판기념회를 방문한 김모씨(29)는 "굳이 출판기념회라고 할 필요 없이 의원 개인 후원행사라고 하면 될 듯하다"며 "책은 사은품 이라고 보면 되지 않나"고 말했다.

출판기념회 자리에 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4년 임기 동안 의원 300명이 출판기념회를 수백차례는 여는 것 같다"면서 "몇 몇 의원들은 빚까지 해결했다는 말도 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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