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장고' 끝 제자리… '정홍원 카드' 왜 빼들었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14.06.26 17:02

[the 300]'국정공백·인물난·재보선' 다목 포석…세월호 쇄신의지 등 논란 가열

(서울=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60일만에 반려하고 유임을 결정했다. (청와대 제공) 2014.6.26/뉴스1
정홍원 총리 유임 카드는 장기간의 '총리 부재'에 따른 국정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표를 제출한 총리에 대한 유임은 헌정 사상 처 음 있는 일이다. 그 만큼 박 대통령의 고심이 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정 총리가 사의를 표한 것은 지난 4월 27일로 정확하게 60일 만에 '시한부 총리'의 꼬리표를 떼게 됐다.

박 대통령은 그 사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지만, 전관예우논란 속에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후속 타자인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역사관 논란으로 14일 만에 낙마했다. 모두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 인사청문회까지 가면 몇 주가 소요될지 모른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정공백 최소화와 국정운영 효율화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라고 말했다.

외견상 '국정공백'을 내세웠지만,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 찾기가 녹록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간 내 현행의 부실한 검증시스템으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를 내놓는 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거다. 윤 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르기 전까지의 여러 가지 문제제기에 대한 부분이나 당사자가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데 대한 것 때문에 많은 분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7·30 재보궐 선거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예정에 없던 접견이었다. 또 한 번 총리 인선에 실패하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잖아도 취임 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고 있다. 평가가 한번 뒤바뀌면 좀처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칫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국회 과반의석이 붕괴될 수 있고, 이는 곧 국회 상당한 상임위원회가 여야 동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작업을 제대로 펼칠 수 없게 된다. 여당에서 당분간 정 총리를 유임시키고, 새 후보자는 재보선 이후 지명하라고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날 회동에서 양측은 이 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유임 발표 직후 "지금까지도 공백이 길었는데, 절차를 또 밟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릴 테니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이라며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임 카드는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후 단행된 정부조직 개편에서 박 대통령은 총리에게 이른바 '관피아(관료+모피아)' 척결과 국민안전시스템 개혁을 진두지휘토록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했던 정 총리가 그 선봉에 서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임은 곧 사실상 정 총리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나아가 '의전 총리' '대독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책임 총리'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가 밝힌 유임 배경의 행간에는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불만도 읽힌다. 윤 수석은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문 전 후보자 사퇴 직후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낙마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인사수석비서관 신설을 들고 나왔다. 인사 추천·검증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자인하며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이면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보호하려는 포석이란 지적도 나온다. 잇따른 '인사 참사'를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의 책임보다는 '청문회 탓' '여론 탓', 즉 인사시스템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깜깜이 인사' '수첩 인사'로 비판받고 있는 현행 인사스타일을 고수해서는 새로운 인사시스템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의견이 상당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진다"며 "7·30 재보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재보선을 앞두고 총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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