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사는 국내 과학전문매체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어떤 계획이든 가족이 우선'이라며 퇴사 결심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가 오는 8월 항우연과의 연장계약 제의를 거절할 것이란 관측이다.
항우연 측은 "아직 이 박사가 퇴사 의사를 본원에 밝혀온 것은 아니다"라며 "이 박사는 2년간의 근무기간을 모두 채웠으므로 본원에 계속 남을지 다른 길을 택할지는 이박사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한국 우주인 타이틀을 내려놓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한국 우주인으로서 더 이상 할 일이 많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항상 진로를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주인 1호'란 상징성 자체가 수년간 그의 인생을 옭아맨 굴레로 느껴왔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
일각에선 오는 2020년 달·화성 탐사까지 세워놓은 정부가 버젓한 우주인 양성정책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거액의 세금(약 260억원)을 들여 국제우주정거장에 한 번 갔다 온 쇼로 끝난 전시행정의 극치‘라는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항우연 관계자도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우주인 육성책 등은 아직 결정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10일간 머물며 각종 실험 등을 진행,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란 명칭을 얻었다.
이후 이 박사는 항우연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2012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가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밟았다. 이때 이 박사가 우주산업과 연관성이 떨어진 MBA 학위를 밟는다는 소식이 전파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이 박사와 함께 우주인 교육을 받았던 후보생 고산 씨는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인 양성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긴 안목을 갖고 접근 하는 게 맞다"며 "정치적 이슈나 이벤트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국익에 기반한 장기간 전략로드맵 구성이 우선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 박사는 4년간 200회 이상 우주와 관련된 강연을 진행하는 등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며 "그의 (사퇴)의사를 존중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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