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린아이 아니다…이젠 당당한 산업, 게임!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4.07.12 05:40

기업 역사 세우기 나선 넥슨…엔씨트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기념 핸드프린팅 행사도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가 청년기에 돌입했다. 국내 매출 1위인 넥슨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데 이어 엔씨소프트도 17주년에 접어들었다. 한게임으로 시작한 NHN엔터테인먼트, PC통신 넷바둑으로 시작한 엠게임도 15년 동안 업력을 쌓았다. 대부분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코스피,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낸 이들은 지금도 게임규제, 산업 위축 등과 맞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스무살을 맞이한 게임업계가 그간 챙기지 못했던 과거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족보를 만들고 유년기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성숙한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가장 먼저 청년기를 맞이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업계 큰 형으로서 게임업계 역사 세우기에 돌입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으로서 국내 게임업계의 역사 되짚어보기는 세계 온라인게임 역사를 정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약관의 넥슨…스토리북·연감 발간, '바람의 나라' 초기복원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

넥슨은 지난달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NDC 2014'에서 20주년 사업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번 NDC의 주제는 '체크포인트'였다. 과거 게임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자는 의미였다.

키노트 강연자로는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참석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김정주 넥슨 회장이 직접 무대 위로 나서 자신의 스승인 전 박사를 소개했다.

넥슨은 이번 NDC 개최와 함께 서적 출판, 온라인 게임 초기 버전 복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내부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서 게임 산업을 재조명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넥슨은 지난 5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를 출간했다. 12살 소년이 전설의 게임개발자와 만나 벌어지는 좌충우돌 게임개발기를 어린이 소설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학부모, 선생님들이 게임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게끔 의도했다.

하반기에는 넥슨 성장의 주역들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넥슨 스토리북도 출간할 계획이다. 문화컨텐츠 기업의 성공과 실패담을 솔직하게 나누고 20~30대 청년들과 넥슨 게임 이용자에게 창업 프런티어이자 선배로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자는 의도다.

본격적인 역사 정립을 위해 넥슨 연감도 출간할 계획이다. 넥슨의 게임, 기업문화, 기록과 비전 등과 함께 성장사를 객관적 지표로 기록할 예정이다.


◇열살 넘긴 게임들, 게임 역사 세우기

상용화 된 온라인게임 중 가장 오랜 기간 서비스되고 있는 '바람의 나라' 복원 사업도 같은 의미로 진행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1996년 4월 5일 정식 서비스돼 올해로 18주년을 맞이했다. 201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 서비스 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넥슨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만들어 디지털 아카이빙(파일보관)에 앞장서고 있다.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복원은 향후 타 온라인 게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 게임, 콘솔 게임 등과 달리 주기적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한다. 이 때문에 초기 버전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넥슨은 박물관 설립 1주년을 맞아 바람의 나라 초기 복구 버전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달 말 리니지2 '바츠 해방전쟁' 10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바츠해방전쟁은 리니지2 바츠 서버에서 2004년 6월부터 약 4년간 2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참여한 온라인 게임 내 전쟁이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대형 권력(DK 길드)'에 대항해 자유를 찾은 온라인 최초 시민 혁명으로 큰 이슈가 됐다.


바츠해방전쟁은 논문, 서적, 웹툰, 예술작품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 되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 게임의 사회성, 정치성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달 열린 10주년 행사에는 당시 게임 이용자를 초청해 표창하고 핸드 프린팅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 클래식 서버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래식 서버는 리니지2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 '카오틱 크로니클' 시대의 과거 클라이언트 환경을 구현한 특화 서버다. 과거 리니지2를 그리워하던 이용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클래식 서버는 서비스 30분 만에 이용자가 가득 차 2번째 서버를 열었으며 서비스 2일 뒤에는 3번째 서버까지 개설됐다. 클래식 서버 접속 고객 중 40% 이상이 다시 리니지2에 복귀한 고객이었으며 새롭게 리니지2를 시작한 신규 고객도 20% 이상을 기록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모바일 매거진 '버프' 발행을 시작했다. 버프는 게임 업데이트, 이슈, 히스토리와 같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게임 정보와 다양한 분야의 인터뷰를 싣는 매거진이다. 지난해 창간호에는 리니지 15주년 기념행사 '더 헤이스트' 뒷이야기 등을 다뤘다.

10주년을 맞이한 넥슨의 마비노기도 '판타지파티'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보다 2배 큰 규모로 오는 26일 삼성 코엑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직접 만든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으며 10주년 축전 일러스트 주제의 아트전도 열린다. 코스프레 콘테스트 등도 열려 이용자와 함께 10주년을 축하할 계획이다.

◇"더 이상 어린 아이 아냐" 목소리 내는 업계

그동안 게임업계는 당하고만 살았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시간 선택제', '웹보드게임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여기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도 있다.

'셧다운제'까지 무기력하게 당했던 게임업계는 지난해 손인춘법과 4대 중독법을 계기로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셧다운제' 등 규제법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를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새누리당 당내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 파티'에서는 게임규제법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게임규제법에 대한 게임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반영된 변화다.

스무살을 맞이한 게임업계는 그간 챙기지 못했던 과거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에 돌입했다. 족보를 만들고 유년기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성숙한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전길남 박사는 지난 NDC 2014에서 "온라인게임을 2시간 여 하더라도 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만족도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며 "20~30년 역사를 가진 온라인게임이 100년 역사를 가진 영화를 따라잡는 건 하루 이틀로 되는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누가 온라인게임을 시작했는지, 게임의 역사가 어떤지 예전을 알아야 앞을 알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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