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놀이는 주로 몇 가지로 압축된다. 술자리, 쇼핑, 데이트, 게임 그 외 취미활동 등.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겹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뻔한 놀이보다 더 뻔한 놀이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모양이 술래잡기, 보물찾기, 물감 장난 등 어렸을 때 하던 놀이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번엔 지루하지 않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어른들의 술래잡기…추노에게 쫓기고, 좀비에게 뜯기고
이 새로운 놀이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서울랜드에서 열린 '좀비런'이다. 좀비런은 좀비들과 인간들이 펼치는 일종의 술래잡기로 미리 좀비(술래)로 신청한 사람들이 러너(일반 인간)들을 쫓는다. 러너들은 라이프벨트(러너에게 주어지는 3개의 생명줄)를 지키며 경주를 완주해야 놀이에서 이긴다.
얼음땡을 하는 공간은 정해져 있지만 500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참가자 중 몇몇은 민속촌 뒷산을 타고 오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불어 참가자들에게 물 폭탄이 쏟아지는 일명 '살수대첩'은 물론, 술래·안술래 모두 도망가야 하는 최강 캐릭터 '추노'까지 등장한다. 우리 문화를 접목시킨 이 대규모 순라잡기(술래잡기의 유래)는 놓칠 수 없는 재미를 보장한다.
'술래잡기'가 동서양 문화를 아우르며 대규모 이벤트로 진화했다면, '보물찾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보물찾기의 가장 대표적인 건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히든캐시(Hidden cash)'다.
한 익명의 갑부가 시작한 놀이로, 특정 장소에 돈을 숨겨놓고 트위터로 힌트를 줘 사람들로 하여금 이 '보물'을 찾게 하는 방식이다. 초반에는 장소 힌트로 시작되었던 이 놀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힌트를 추리해야 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놀이로 변했다. 이 놀이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 한 지역을 수백 명이 뒤지고 다니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익명의 갑부는 자신이 번 큰 돈을 사람들과 나누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누길 바란다는 선의를 표출했다. 의도야 어찌됐든 참가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이는 것 만은 사실이다.
크게 입소문을 타지는 않았지만 참여자들은 힌트가 주어지는 블로그 혹은 페이스북에서 힌트를 기다리며 즐거워했다. 또한, 추측되는 장소로 먼저 도착하기 위한 짜릿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다. 승자에게 그 '보물'이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이외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놀이는 달리기와 물감장난을 한 데 엮은 '컬러런'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도심마라톤에 물감놀이를 접목한 것으로, 참가자들은 달리면서 형형색색의 물감(옥수수분말로 만든 컬러 파우더)을 맞게 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놀이에 참가한 사람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색으로 물이 든 채로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웃으며 장난을 친다. 우리나라는 뉴발란스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8월에도 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누구나 해봤지만 다시 해 볼 생각은 안 해 봤던 그 놀이들. 어른이 된 우리 앞에 다시 펼쳐졌다. 낯선 것도 아니니 겁낼 필요 없이 지금 바로 참여해보자. 아니, 당신의 SNS에서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자, 놀아 보자!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6월 26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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