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읍참마속'으로 박주영 내려놓을 때…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 2014.06.24 08:04

[2014 브라질 월드컵]

박주영(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스1

'음참마속(泣斬馬謖)'

울며 마속을 베다.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은 울면서 자신이 아끼던 부하인 마속을 처벌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을 내던졌고, 대의를 위해 아끼는 사람을 포기했다.

◆ 흔들리는 '정신적 지주' 박주영… '대표팀의 위기'

지난 24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베이라-히우 주경기장. 한국-알제리전. 한국이 1-3으로 뒤진 후반 12분. 교체를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박주영 OUT, 김신욱 IN'. 박주영은 터치라인에 서 있는 김신욱을 향해 기합을 내지른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벤치 쪽으로 걸어오는 박주영을 향해 손을 내민 뒤 등을 한 번 툭 쳐줬다.

박주영.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우리나라의 선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막내였던 그가 어느새 대표팀 내 고참급 선수가 됐다. 박주영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신적인 지주로 통한다. 대표팀의 주장은 구자철이지만 그라운드에서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박주영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그랬고, 런던 올림픽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매우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한일전에서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머니투데이)

◆ 박주영의 '경기 감각 저하' 논란… 월드컵을 통해 사실로 증명됐다


'축구 천재'. 한때 대한민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 받은 박주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난 시즌 한국 축구팬들은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나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 소속팀인 아스날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게 화제가 될 정도였다. 늘 벤치 신세였던 그가 경기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팀으로 옮기자 팬들은 환호했다. 그곳은 아스날과 같은 런던을 연고로 한 왓포드였다.

그러나 왓포드 이적 후에도 박주영은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선발-1교체' 출장이 전부였다. 그런 상황 속에 박주영이 대표팀에 소집됐다. 무려 13개월 만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 그가 1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전반 45분만 소화한 뒤 곧바로 교체 아웃됐다. 이후 박주영은 4월 초 귀국한 뒤 봉와직염 치료를 받으며 회복에 전념했다. 그리고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을 비롯해 이번 월드컵 2경기까지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과거의 화려했던 움직임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주영이 알제리 선수들과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2010 남아공 월드컵. '슈퍼스타' 안정환은 왜 뛰지 못했나?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안정환은 최종 엔트리에 합류했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 가서는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당시, 그의 나이 34세. 기량으로나 체력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을 터다. 월드컵에서 3골을 넣은 최고의 해결사였지만 허정무 감독은 과감히 그를 벤치에 앉혔다. 물론 안정환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킨 이운재와 함께 경기장 밖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올해 박주영의 나이 29세. 어쩌면 이번 벨기에전이 그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지도 모른다. 4년 뒤 그의 나이는 33세가 된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아울러 공격수 포지션에는 이승우와 류승우 등 해외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4년 뒤 박주영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 박지성은 33세의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벨기에전. 막중한 무게감이 짓누르는 경기다. 그리고 이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잠시 놓아줘야 한다. 경기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진 그를 계속 기용하는 것은 감독 본인은 물론, 선수에게도 큰 부담이다. 지난 4경기에서 박주영의 '경기력'은 안타깝게도 이미 다 밝혀졌다. 오히려 더 젊고 간절함이 있는 김신욱(울산)과 이근호(상주)가 교체로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쳤다. 벨기에전은 그런 선수들에게 한 번 마음껏 뛸 수 있는 선발 기회를 줘야 한다. 홍명보 감독의 '용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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