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직원의 직접 고용주인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4.06.23 06:30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분쟁 해법은 없나?(하)]도급 근로자 지위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 |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원 수백명이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인근 삼성타운으로 상경해 노숙투쟁에 들어간지 18일로 한달을 맞았다. 머니투데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 갈등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집행부와 노조원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 및 협력사 대표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지난 20일 오전 7시경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관 앞.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지회 노동조합원들 앞으로 출근하는 삼성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사진=오동희 기자 hunter@
"그나마 용인서비스센터나 전주센터는 사장들이 월급제 형태로 해서 종업원들에게 잘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센터의 조합원들은 형편이 어렵다."

지난달 29일 저녁 10시경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삼성생명 앞 노숙투쟁 현장에서 1시간여 동안 만난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소속 조합원(이름을 밝히지 않은 서대전, 평택지회 등 조합원)들의 얘기다.

"그나마 나은 협력사 사장들도 있다"는 말 속엔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센터의 문제점에 대한 불만과 함께 실제 센터의 운영이 위장도급이 아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는 것을 시인한 측면도 있다.

홍명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은 "협력사 사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센터가 몇 군데 있지만 대부분 협력사 사장들은 '바지사장(월급 사장)'이며,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임금의 상당부분을 편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는 협력사의 모범사례로 노사 양측에서 거론된 용인센터의 박모 사장과 전주센터의 정모 사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외근 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아 실제 운영 현황에 대해 직접 듣지는 못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용인센터는 직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변형 월급제(기본급+건당 수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폐업한 이천센터의 영업권을 인수하고, 일부 종업원도 재고용한 곳이다.

또 전주센터는 지난해 말 결산 이후 종업원들에게 총 1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운영 사례를 감안할 때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모든 센터가 '바지사장'으로 위장도급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용인이나 전주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서 중앙센터 등 총 107개 협력사 중 40개사 정도가 이 같은 임금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위장도급이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파견법 위반 아니다"=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두 달여간 14개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 여부를 점검했다.

최관병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지난 19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에서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근거는 '독립적 사업체로 존재하느냐'와 '원청이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 명령권을 행사하느냐'다"며 "일부 센터에서 실적을 위해 과도한 측면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종합적 판단에서는 불법 파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노동부는 6개 협력사에서 1280명의 직원들에게 시간외 수당 등 1억 46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사실과, 일부 협력업체에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위반하고, 휴게시간을 미부여한 사례 등을 적발해 조치했으나 불법파견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과장은 "불법 파견 문제는 그동안 같은 생산라인 안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제조업 파견근로자 문제가 쟁점이었다"며 "서비스업의 경우 작업의 완료 등이 제조업과 차이가 있고,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지만, 현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종합적으로 볼 때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측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문구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며 노동부의 수시검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출처=고용노동부.
◇노조,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나서라=노조 측을 대변하는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은 "2012년 4월 수수료 체계를 바꾸면서 사회보장료 부분을 간접비에 포함시키자 '바지사장'들이 불투명한 임금의 일부분을 더 빼 먹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연구실장은 또 "협력사 사장 중에는 AS기사들이 '말랑말랑하면(약하면)' 줘야할 부분도 안주고, AS 기사를 오래 해 임금 테이블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 주는 등 현장에서는 센터 사장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사장들의 부조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노조 측이 주장하는 위장도급이나 불법 파견이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실장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출신의 협력사 사장이 전체의 60%를 넘어선다"며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퇴직한 후 3년 정도 사장으로 일하면서 직원들에게 줘야할 수익을 가져가는 것을 퇴직금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현장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일례로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 말 협력사 직원들에게 리스차량을 지급하고, 유류비에 대해서도 실비지급하기로 도급대금에 책정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현장에서 협력사 사장들이 유류비도 실비로 지급하지 않고 처리건당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또한 삼성전자서비스가 모든 센터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다른 대목이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며 삼성전자서비스의 적극 개입을 주장했다.

◇나서고 싶어도 나설 수 없는 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와 맺은 도급계약의 내용과 실제 협력사 현장에서의 집행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는 여러 곳에서 들린다.

이에 대해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우리가 도급계약을 협력사와 맺는 주체이지만, 협력사 사장들이 월급을 얼마를 챙겨가고, 직원들에게 얼마를 나눠주는지는 그 비율을 정할 수도, 구체적인 금액을 알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 등에 관여할 경우 불법 파견이나 위장도급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 조합원들의 현재 지위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각 협력사들의 종업원들이다. 서류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와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최관병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사의 임금지급에 관여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교섭당사자와 문제해결의 당사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 과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사장과 서비스지회 노조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간위치에 있는 만큼 해법을 찾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연구실장도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의 논란 때문에 수수료 체계를 바로 잡는데 나설 수 없다면, 수수료체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만큼은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양자 간에 합의를 한 후 모든 수수료 체계를 점검하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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