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구멍내는 '무늬만 저물가' 시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4.06.24 08:40

[창간기획-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3회>②저금리의 역습, 투자의 발상을 바꿔라

#"2년 전에 비해 30% 정도 생활비가 더 드는 것 같아요. 마트를 가도 그렇고, 가족들이랑 외식을 한번 하려고 해도…." 연금생활자인 조영민씨(가명, 63세)는 요즘 가계부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3~4년 전만 해도 이렇게 물가가 비싸지는 않았다. 요즘은 카드에 몇 개 집어넣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십만 원을 넘는 것은 금방이다.

정부의 '공식 물가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반째 2%대 아래의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대비)은 1.7%를 기록했다. 4월 1.5%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대 아래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물가가 1% 후반 정도에서 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개인들이 느끼는 물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당장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이라 할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이다. 5월 현재 2.8%를 기록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실제 소비자물가보다는 1%포인트 가량 높다.

체감물가가 높게 느껴지는 이유는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마트가 내놓은 장바구니 물가상승률을 보면 공식 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잘 나타난다. 이마트가 판매량 상위 21개 상품의 가격을 1년 전과 비교한 결과, 이들 상품들의 가격상승률은 평균 3.5%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1.3%) 보다 크게 높은 상승률이다.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세 값과 교육비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1년 1월과 5월 현재의 물가지수를 비교해보면, 전체 물가지수는 6.9% 오른 데 비해 전월세 물가는 12.0%가 상승했다.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학원 및 보습교육비지수 상승률은 12.9%에 달했다.


이러다보니 아이 학비를 대다가 빚을 지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육비(학자금과 학원, 보습교육 등 사교육비포함) 관련 가계부채는 28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채 못 미쳤지만, 증가율은 12.3%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6.0%)의 2배를 넘는다.

소득이 좀처럼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교육비를 포함한 주거비, 각종 연금과 보험, 의료비용 등이 늘고 있어 문제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2년까지 평균 6%를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1분기 1.7%, 2분기 2.5%, 3분기 2.9%, 4분기 1.5%등 1~2%대로 떨어졌다.

반면 교육비와 주거비, 공적연금·사회보험, 의료비용 등 고정적이고 규모를 줄이기 힘든 '경직성' 가계 지출의 비중은 2003년 26.4%에서 지난해 29%로 늘었다. 이중에서도 연금과 보험, 의료비의 비중이 9.8%에서 12.1%로 커져 증가세가 빠른 양상이다.

소득이 있어도 20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 30대는 결혼과 내 집 마련, 40대는 교육비, 50대는 노후 걱정에 늘 돈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지출과 소비,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무늬만 저물가'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이 가장 큰 것은 저소득 및 고령 가구들이다. 한은이 지난 4월 내놓은 분석자료(이슈노트)에 따르면 물가 상승기에는 60~70대 고령가구와 저소득 가구들의 물가상승률이 다른 그룹에 비해 최대 3%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소비지출 비중이 큰 품목들인 석유류, 농축산물, 집세, 전기·수도·가스 등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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