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3세가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것과 달리 현재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향후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아차->현대모비스,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핵심'=현대차 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이뤄져 있다. 현대차가 33.9% 지분으로 기아차를 지배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16.9%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20.8%의 지분으로 현대차를 지배한다.
그룹의 최대 계열사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의 기아차 지분(16.9%)을 정의선 부회장이 인수하면 현대차와 현대차를 통해 기아차까지 지배할 수 있고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도 끊게 된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직접 매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현금이 필요한 것이 문제다.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모비스에 못 미친다. 16일 종가 기준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약 3조1800억원이고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가치는 4조82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엠코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31.9%, 25.1%씩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회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중에서는 기아차 1.74%와 현대차 6445주(0.1% 미만)만 보유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0%, 현대엠코 10.0%, 현대글로비스 18.1%, 현대하이스코 10.0%, 현대제철 12.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4.9%를 보유 중이며,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대엠코 지분을 각각 25.0%, 20.0%, 20.0%씩 나눠 갖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이전에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이를 활용한 지배구조 변환과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현대모비스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부문이 현대차 지분을 소유한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투자부문 지분을 정몽구 회장이 소유한 현대제철 지분 12.5%와 맞교환한다. 그러면 정몽구 회장의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율은 23.8%로 높아지고 기아차는 현대제철 33.8%를 보유하게 된다.
다음으로 현대글로비스와 분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을 단순 합병하면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약 18.5%, 정몽구 회장의 예상 지분율은 9.2%가 된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투자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한 지주회사의 오너일가 지배력은 약 30%에 달하게 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가 기존 순환출자를 허용키로 했기에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당면 사안은 아니다"며 "향후 몇 년간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며 천천히 경영권 승계 준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
국내 자동차 시장을 90% 이상 점유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현대차, 기아차)와 자동차부품(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등), 철강(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을 중심으로 금융(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건설(현대건설) 등 6개 사업부로 구성된 기업집단이다. 철강-자동차부품-완성차-할부·신용판매-물류운송에 이르는 자동차 관련 수직계열화가 완성돼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