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전장의 특성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나폴레옹과 아돌프 히틀러는 러시아의 '추위'를 간과했다가 원정에 실패했고, 미국은 베트남의 더운 날씨와 '정글'에 발목이 잡혀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채 철수해야 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의 특성이 결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총성 없는 전쟁'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H조 조별 리그 1차전의 '전장'이 될 브라질 쿠이아바의 덥고 습한 기후가 '북극곰' 러시아의 발목을 잡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과 러시아는 오는 18일 오전7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H조 조별 리그 1차전 경기를 펼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첫 경기인 만큼 한국 국민 뿐 아니라 같은 조에 속한 알제리, 벨기에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가 벌어지는 쿠이아바는 브라질의 내륙도시로, 가장 더운 도시 가운데 하나다. 열대 사바나 기후로 분류되는 쿠이아바는 1년 중 가장 기온이 낮은 6월과 7월의 평균 기온도 한국의 초여름에 해당하는 23.0도(섭씨 기준)를 넘나든다. 또 열대 기후 특유의 습한 날씨가 1년 내내 이어져 습도가 가장 낮은 '건기'인 6월의 평균 습도가 70% 안팎에 달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80%의 습도는 한국의 장마철 평균 습도에 해당한다. 인간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습도는 5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라운드를 누빌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앞서 지난 14일 쿠이아바에서 경기를 펼쳤던 호주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30·전북 현대)은 "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같이 높은 습도가 오히려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는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해외 리그 출신이 없는 '순수 국내파'로 이뤄진 러시아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습하고 더운 날씨인 만큼 한국 축구 대표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대표팀이 한국 대표팀보다 하루 늦게 쿠이아바에 입성한다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홍명보호는 쿠이아바에서 하루라도 더 적응한 뒤 결전에 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 하에 경기 이틀 전인 지난 16일 베이스캠프 이구아수에서 쿠이아바로 이동했다. 한국 대표팀은 알제리와의 2차전(23일 오전 4시)이 열릴 포르투 알레그리에도 경기 이틀 전 입성할 예정이다.
반면 러시아는 경기 하루 전인 17일 쿠이아바에 도착하겠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했다. 한국과는 반대로 쿠이아바의 혹독한 기후에 선수단의 노출시키지 않아 체력을 보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명보호가 더위에 발목이 잡힌 '북극곰' 러시아를 잡고 16강 진출 '그린라이트'를 켤지, 반대로 '더위먹은 호랑이'가 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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