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계, 거센 '합종연횡' 바람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4.06.17 11:48

실리콘화일·실리콘웍스·어보브반도체 등…"합치지 않으면 생존 어려워" 지적도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업계에 최근 '합종연횡'(合縱連橫) 바람이 불고 있다.

실리콘웍스와 실리콘화일이 나란히 대기업에 피인수되는가 하면, 어보브반도체네오피델리티 등은 다른 업체 자산을 인수하거나,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올들어 실리콘웍스 등 빅딜만 4건=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어보브반도체는 펄서스테크놀러지가 보유한 오디오반도체 관련 유·무형 자산 일체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펄서스가 보유한 지적재산권, 특허권, 실용신안, 의장등록권, 실험장비 등이 포함된다.

어보브반도체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사업에 주력한다. 이 회사는 홈시어터 등에서 음향 데이터를 처리하는 디지털오디오앰프칩 업체인 펄서스 자산을 인수, 오디오반도체로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 팹리스 업계 부동의 1위인 실리콘웍스는 지난달 ㈜LG를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LG는 코멧네트워크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보유한 실리콘웍스 지분 16.52%와 2.89%를 총 865억원에 인수했다. 실리콘웍스는 액정표시장치(LCD)구동칩과 타이밍컨트롤러(티콘) 등 반도체를 개발해 LG디스플레이 등에 납품한다.

카메라에서 디지털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분야 강자 실리콘화일 역시 SK하이닉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난달 코스닥 상장이 폐지됐다. TV와 모니터 등에 쓰이는 오디오반도체 업체인 네오피델리티는 이 회사 최대주주인 이덕수 대표가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지분 전량(163만3690주, 지분율 19.44%) 매각을 추진 중이다.

◇팹리스, 독자생존 어려운 환경 지속=팹리스 업체들은 한때 국내에서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쳐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첨병으로 주목 받았다. 실리콘웍스를 포함해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만 20곳에 달했다.


하지만 단일 반도체 제품군 및 한정된 거래처 등으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팹리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10년 이상 국내 팹리스 업계를 이끌었던 엠텍비젼은 실적 악화로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이 폐지되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팹리스 업계 합종연횡 움직임은 전략적 협력 및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체질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실리콘웍스는 ㈜LG 자회사가 되면서 LG디스플레이와 보다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실리콘화일 역시 100% 자회사가 되면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이미지센서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어보브반도체와 네오피델리티 등은 타 업체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화하는 한편, 제품군을 늘려 회사 규모도 더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외 반도체 시장 상황을 볼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면 무조건 합쳐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향후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보브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제품 이미지 / 출처=어보브반도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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