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네로는 코제트의 지갑을 돌려줘야 했을까?

딱TV 낭만파괴법  | 2014.06.17 10:22

[딱TV]법으로 동화 뒤집어 보기…'플란다스의 개'

편집자주 |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예비변호사와 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네로와 아로아 그리고 파트라슈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는 어린 시절 봤던 ‘플란다스의 개’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린다. 어린 네로와 아로아의 순수한 사랑과 파트라슈의 충성심이 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네로의 출신지…네덜란드 아닌 '벨기에'

아로아의 전통의상과 풍차가 나오는 마을 등, 사람들은 '플란다스의 개'가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국의 여성 작가 ‘위다’(본명은 마리아 루이스 드 라 라메)가 쓴 원작에 따르면 이 동화의 배경은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이다.

네로와 아로아가 9~10세 정도로 그려지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원작에서 네로는 만 15세로 중학교 3학년생에 해당하는 청소년이다. 아로아는 만 12세,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초등학교 6학년의 아동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플란다스의 개’ 원작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우선 벨기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청소년에게 무관심하고 가혹하게 그려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불쾌해한다. 또, 이 책이 발간된 영국 등지에서는 네로가 너무 무기력하고 진취적이지 못하게 그려졌기에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동화라고 평가 절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인 위다의 동화책은 오히려 동양 문화권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본과 한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만약 네로가 지갑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월세를 내지 못해 오두막에서 쫓겨나 마을을 헤매던 네로와 파트라슈. 둘은 아로아의 아버지 코제트의 지갑을 발견한다. 네로는 돈이 가득한 지갑을 양심적으로 코제트에게 돌려준다. 코제트가 네로에게 아로아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온갖 모욕과 협박을 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만약, 네로가 지갑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을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는 형법 제360조의 점유이탈물횡령이라는 범죄에 해당한다. 점유이탈물횡령이란 쉽게 말해 누가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자기 주머니에 슬쩍 넣으면 처벌받게 되는 범죄다.

지하철에 누군가 두고 내린 스마트폰, 화장실에서 주운 고급 립스틱 등 주인을 잃고 방치된 물건을 남몰래 들고 간다면, 이는 '점유이탈물횡령'이 된다.

코제트씨의 지갑을 돌려준 네로의 도덕심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필자는 네로가 지갑을 들고 도시로 가서 사업가로 대성한 뒤 아로아에게 청혼하는 상상을 해봤다. 사실 그 편이, 교회에 걸린 그림 앞에서 어린 생을 안타깝게 마무리하는 것보다 로맨틱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알고 보면 일상적인 범죄…'점유이탈물횡령'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저지르는 점유이탈물횡령은 거스름돈을 더 받고 돌려주지 않을 때다.

5000원을 거슬러 받아야 하는데 계산원의 실수로 5만원권을 거슬러 받은 것을 집에 돌아가서야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만약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해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거스름돈을 받는 순간에 받아야 할 금액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았냐 하는 것이다. 만약 거스름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도 받았다면 이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해당된다.

더 받는 줄 알고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고 이익을 챙기는 것과 같다. '주인을 잃은 물건'이 아니라 주인을 잃기 전인 물건을 몰래 가져오는 것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점유이탈물횡령의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착각, 그리고 언뜻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법의 처벌에서는 크게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PODCAST- 낭만파괴법】
※ 이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낭만파괴법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6월 17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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