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훈 삼성전자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공장 법인장은 지난해 3월 현장에 투입됐다. 2012년 9월 첫 삽을 뜬 후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밀밭이었던 34만5000평 부지에 연면적 7만 평 규모로 20개 동의 건물을 동시에 올려야 했어요. 삼성의 노하우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시안공장이 지난달 9일 완공된 후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된 지 1달 정도 지났다. 삼성전자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율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는 등 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물과 전력인데 시안 남쪽의 친링(秦嶺)산맥에서 터널을 통해 양질의 물을 끌어올 수 있어 용수 걱정은 없습니다. 또 중국에서 가장 풍부하다는 석탄과 석유, 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도 활발해 전력도 문제가 없어요." 현지 채용인력 1300여 명도 산시성 내 100여 개 대학, 100만 명의 학생 가운데 가려 뽑은 고급인력인 만큼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시안시 정부 관계자와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까오신(高新) 개발구 주임, 박 법인장 등이 매주 한 차례 개최하는 주례회의에서 삼성의 고충을 먼저 해결해주는 체제가 갖춰졌다. 박 법인장은 "시안이 삼성전자 유치를 계기로 중국 내 IT 중심도시로 변모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개발구에 설치된 삼성전담반에서 문제를 바로바로 해결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시안 공장은 미국 오스틴 공장에 이어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해외에 세운 반도체 생산 라인이다. 특히 시안 공장은 10나노급 낸드플래시(V-NAND)라는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만큼 기술유출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박 법인장은 "고객대응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판매가 매년 급증하고 있고, 그 시장의 5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만큼 현지생산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 "1998년 오스틴 공장 가동 이후 10여 년 이상 기술유출 사고 논란은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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