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왜 '한국형 명품'이 아직 없는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4.06.18 07:58

[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1회 ③>패션 역사 50년 불과, 매출 급급 '성과주의' 탓

편집자주 |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한국 패션업계는 역사가 50년이 채 안 된다. 소비자들이 명품을 향유할 시간도 없었다."

한국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K-메이드, 이른바 한국형 명품은 왜 없느냐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많이 돌아왔다. 그렇다. 한국 패션산업 역사는 50년이 채 안 된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 것도 불과 20여년 전 일이다.

한국에 '패션 브랜드'가 나타난 것은 1970년대. 반면 패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9세기 말부터 기성복(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의류)이 등장했다. 어림잡아 패션산업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당초 귀족이나 극소수 부유층을 위해 존재했던 에르메스(1837년 창립)와 루이비통(1854년 창립), 샤넬(1913년) 등은 긴 시간을 거치며 대중화하면서 명품이 됐다.

물론 이제부터 한국에도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진 상태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수준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드는 중소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김종성 제이에스화인텍스타일 대표이사는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꾸준히 이어가면 결국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며 "유럽의 브랜드도 모두 그러한 과정을 거쳐 명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명품 원단'업체 제이에스화인텍스타일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합작으로 만든 재킷은 세계시장에서 2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린다.


또 다른 문제는 품질을 꾸준히 이어갈 '브랜드'가 지금 같은 한국 패션업계 토양에서는 나오기 힘들다는데 있다. 바로 '성과주의' 탓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한국 패션 업체들은 눈앞의 단기 매출에 급급해 수시로 바뀌는 유행에 맞춰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또 없앤다"며 "수 십 년간 이런 소모적 반복만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전 세계 패션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15년이지만 한국은 5년에 그친다는 맥킨지 보고서도 이런 패션업계의 조바심을 뒷받침한다.

정부와 패션 대기업의 소극적 투자도 대한민국에 명품 브랜드가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 루이비통을 필두로 한 명품 브랜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889년 나폴레옹 3세가 '파리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패션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정부부처에 산재된 패션관련 사업을 통합하고 패션산업을 고부가가치 문화창조산업으로 육성키 위한 '패션산업진흥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대기업들과 업계의 선두주자들이 뛰어난 패션인재 육성에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